월, 화, 수, 목, 금, 토, 일 학교에 가는 여자.

교육

by 세라비

제목 그대로, 나는 매일 학교에 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프리스쿨에, 토요일은 한국학교에, 그리고 일요일은 선데이 스쿨에 선생님으로서 학교에 간다... 게다가 이번 학기부터는 매주 월요일 교육대학원에 학생 신분(?)으로 강의를 들으러 가는 것을 합하면 총 네 곳의 학교에 가는 셈이다.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서일까, 부담과 책임감은 아무래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full-time으로 근무하는 프리스쿨에서 오는 것이 가장 심하다. 한국학교와 선데이 스쿨도 긴장과 부담, 책임감은 있지만, 근무하는 시간과 학교의 성격이 다르다 보니 프리스쿨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고,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하다.


할로윈 시즌이다보니, 거미와 박쥐, 몬스터에 관한 이야기 책을 읽어주는 요즘;

나의 아이도 나와 함께 매일 학교에 가야 하는 운명에 놓였는데, 유치원부터 2학년까지는 왜 학교에 매일 가야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지만, 습관이 무섭다고 6년을 이렇게 생활하니 이제는 이것이 나의 생활이거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학교는 방학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프리스쿨은 year-round program을 제공하는터라 방학은 없고, 1년에 2주의 유급휴가, 국가 공휴일을 쉰다.



제아무리 칼퇴근을 자랑하는 미국의 직장 문화라고 하지만, 이것저것 쓰고 있는 다양한 역할의 모자들이 많다 보니 때로는 심신이 매우 지치기도 한다. 게다가 나는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이 있지 않은가. 특히 이번 학기는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하며 집과 학교들을 전전하며 생존 모드에 돌입한 몇 달을 보냈다.

이쯤에서 내가 생각하는 생존 전략은 아래와 같다.

1.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2. 하나의 선택은 나머지의 포기인 것을 받아들인다.

3.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행하는 것을 루틴으로 삼아 매일 시행한다.

4. 해야 할 일들을 세분화해서 이동 동선에 끼워놓고 한다.

5. 비타민과 영양제를 잘 챙겨 먹는다.

6. 하다가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잔다(...)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순으로 나열하자면 6-3-4-5-2-1 순이다.

특히, 6번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밤새 능률 안 오르는 머리와 체력을 가지고 논문을 읽거나 참고 자료를 보면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자고 급박한 때가 이르러 집중력을 발휘하며;;; 바짝 보는 것이 효율적이고 성과가 좋았다.

그리고 우선순위 정하기와 해야 할 일들을 세분화해서 틈새에 하는 것도 집안일 및 간단한 일들을 해치우는 데에는 딱이다.

이를테면, 나의 업무 중 하나가 매일 주일학교 아이들이 읽을 성경을 카톡 알림 창에 보내는 것인데, 나는 이것을 출근 직후 어플로 체크인 하기 직전, 폰을 들고 있는 참에 바로 카톡을 클릭하고 알림을 보내고 출근 체크인을 한다.

점심시간에는 상하지 않는 것들에 한해 장을 본다. 휴식 시간에는 (미국은 법적으로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다. ) 그날 읽을 성경구절, 그리고 메일 체크를 하고 답장을 한다.

집안일 같은 경우도, 각 잡고(...) 뭘 하려고 들지 않고, 강아지 털을 치우는 김에 바닥을 쓸고 닦는다. 남편과 이야기하며 빨래를 갠다;; 그리고 쌀을 씻고 나면 쌀뜨물을 버리지 않고 화분에 물을 준다, 등등의 잡다한 일들을 동선 사이에 넣는 것이 생각 외로 큰 도움이 되었다.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주위에서 나를 좀 딱하고-_- 피곤하게 산다고 여기는 것인데;; 나는 오히려 이렇게 사이사이 일들을 해치우고 많은 시간을 책을 읽거나 멍 때리면서(내 삶에 필수적인 요소다)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바쁜 생활로 인해 생활의 탄력성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날로 간단해지는 집밥-_-

다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나 잠을 자거나 운동에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은 인정한다.

뭐, 나름의 방책이라고 하자면, 남편과 나는 같은 한국학교에 근무하고(내가 끌여들였다ㅠㅠ), 교회의 많은 부분에 함께 사역하느라 공통의 사안에 대화 소재가 끊이지 않는 편이고, 내가 다니는 교육대학원이 남편이 다니는 학교와 같기에 어떤 면으로 남편이 일하는 곳의 시스템과 환경을 더 이해하고 마음으로 지원하는 폭이 넓어졌다.

아이의 경우, 내가 프리스쿨에 근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ㅜㅜ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내가 근무하는 프리스쿨이 같은 재단이기 때문이고(나가고 싶어도 쉽게 나갈 수 없게 됐.....), 한국학교와 주일학교 모두 아이와 함께 하기에 우리는 따로 또 같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이 아이의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과 겹칠 때가 있어 지나가다 손을 흔들거나 살짝 안아주는 것이 생각 외로 큰 정서적 교감이 된다(라고 믿고 있다;;)


이쯤 되면, 그저 운이 좋아 이런 환경이 주어졌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함께 하기 위해 나는 취업과 진학에 있어, 나머지의 다른 대안과 옵션들을 과감히 포기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그래, 그래서 매일 학교에 가니까 어떻다는 거요?", 혹은 "왜 그렇게 매일 학교에 가는 삶을 사는 거요?"라고.

언젠가 이 질문을 나에게 처음으로 던져 보았을 때 즉각적으로 드는 생각은, 나는 매일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다, 는 것이다.

결혼 후 미국에 와서 직장 및 사회 활동이 거의 단절된 채로 있다가 취업을 하며 경험한 세계는 신선하고, 주로 힘들고-_-, 때로 외롭고, 때로 보람차고, (아주) 가끔 즐거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어린아이들을 케어하는 직업이다 보니, 학부모들과의 관계성에서 오는 문화적인 차이들을 느낄 때가 많고, 학교의 시스템을 체득하며 비로소 미국이라는 나라의 실체를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내가 아이를 학부모로서 학교에 보낼 때와는 또 다른 관점과 입장에서 경험하는 것이라 더더욱 그랬다.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고.

언어와 문화의 힘을 나는 날마다 학교에서 경험하고 배운다. 부족한 부분이 많아 때로 내적인 갈등과 좌절을 느끼지만, 결핍은 결국 시간에 비례한, 혹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의 성과와 그로 인한 보람으로 채워지곤 했다. 이로 인해 나는 아프게 성장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나의 성장을 돌아보며 삶의 기쁨을 느끼고 이를 다시 나의 학생들과 여러 부분으로 공유하며 삶을 나눈다. 이것이, 내가 매일 학교에 가는 이유다. 성장은 나이에 국한되지 않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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