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을 행사들, 그리고 월별 행사들

미국 생활

by 세라비

아직은, 가을이다.

11월의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어느새 겨울 냄새가 바람 끝에 살짝 묻어날 듯 말 듯 하지만, 추수감사절을 앞둔 지금은, 그래도 가을이다.

미국은 워낙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라 위치(혹은 주)에 따른 기온도, 특성도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은근히 보수적으로 고수하는 seasonal events가 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살게 된 주는 미시간 주였다. 남편의 MBA 코스를 마무리하기 위해 일 년을, 그리고 남편의 박사를 하며 오 년을 살게 되어 총 육 년을 살았는데, 첫 해는 그저 이방인처럼 적당히 방관하며 행사들을 관람하는 자세로 즐겼다면 이제는 학부모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혹은 계획한다.


미국은 9월에 학기를 시작한다. 한국이나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봄에 새 학기가 시작하는 것과 달리 가을=새 학기, 그리고 여름 무렵 학기를 마치고 긴 여름방학 동안 자연 속에서 휴식도 하고 여행도 하며 학교 밖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누린다(고 좋게 해석하고 있다;;)


그리하여, 미국에서는 시즌별로, 그리고 달별로 각기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것을 제일 피부로 와닿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형마트다.-_-;; 마트 입구부터 마트 안까지 온통 그 달, 혹은 그 시즌에 맞는 데코레이션을 해놓았는데 과장이 아니라 모든 마트가 같은 테마를 활용하여 장식을 하고 물건을 진열해놓아서 다양성 속의 보편성, 혹은 다양성 속의 일관성을 느낄 수 있다.


* 미국에 15년 가까이 살면서 느끼고 체험한 미국의 Event of the Month는 다음과 같다.


- 8월 : BACK to SCHOOL

8월이 되면 말 그대로 새 학기 준비를 하느라 학용품(해마다 학년별로 가져가야 하는 학용품 리스트들이 있다.) 세일, 유니폼, 그 밖의 관련 용품들을 대대적으로 세일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제일 부담되는 달…ㅜ

예전에 만든 preschool calendar for back to the school of the year

- 9월 : New School Year & Fall

보통 8월 말에 개학을 하기 때문에 9월까지 계속 백투스쿨 모드인데 여기서 가을 계절상품(주방용품, 집안 장식, 화분들 등등)들이 좌악 도배되는 시기. 특히 사과! 사과는 이곳에서 백투스쿨 시즌이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트레이드마크인 데다가 계절 식품 이기도 해서 이때 마트에 가면 종류별로 진열된 사과(미국에 와서 사과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적어도 5-6가지는 되는 듯하다.)들을 조금씩 구매해서 맛보는 재미도 크다. 프리스쿨에서는 사과를 활용한 수업도 많이 진행한다. (아마 킨더도 그럴 듯?)


아, 그리고 국화들! 이 곳에도 색색의 국화들이 가을에 등장한다.

- 10월 : Halloween & Harvest Festival

10월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상품은 바로 펌킨! 스타벅스에서 펌킨 스파이시 라테가 출시되면 아- 가을이 왔구나, 비로소 가을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정도-_-.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

10월에는 펌킨 패치라고 해서 호박밭-_-에 가서 호박들을 따는 체험 행사도 많이 열리고, 핼러윈 시즌에는 호박 카빙도 하고 뭐 잭 오 랜턴을 비롯하여 호박을 이용한 장식, 이벤트가 엄청 많다. 종교적인 이유나 개인의 신념으로 핼러윈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과 단체들은 핼러윈 대신 Harvest Festival을 하며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누리며 그것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호박을 주제로한 다양한 미술활동을 학교에서도 진행한다.


- 11월 : Thanksgiving

11월은 뭐니 뭐니 해도 추수감사절이다.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 추수감사절 당일이고, 대개 그 주가 재량에 따라 thanksgiving break가 된다. 사실 11월에는 election day도 있고 Veterans day도 있지만 추수감사절이 이 달의 주요한 행사가 되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재향군인의 날을 기념한다. (뭐 물론 단체나 개인 사정과 특성에 따라 비중이 다를 수도 있다만, 대략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러하다.)



- 12월 : Christmas, Christmas, and Christmas & End of the Year

종교를 막론하고 12월은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넘쳐나는 달이다. 땡스기빙 전부터 슬슬 마트 한 귀퉁이에 모습을 드러내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땡스기빙이 끝나니가 무섭게 싸악 교체되면서 모두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며 휴가를 기다린다.;;

(이것도 재량이지만, 학교들은 대개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부터 새해까지 2주를 Christmas break로 쉰다.)


- 1월 : New Year, New You!

1월은 전 세계적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를 하면서 스노우맨, 스노 플레이크 같은 귀여운 겨울 장식 및 상품들이 판매되는 시기. 여기도 new year’s resolution이니 뭐니 해서 신년 계획을 세우고 집안 정리를 하고 뭐 그런 일과 관련된 행사 및 프로모션들이 많이 진행된다. 해마다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달력이나 플래너를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 2월 : Valentines’ Day

2월은 거의 뭐 핑크+하트로 점철된 달;;, 이곳의 밸런타인데이는 단순히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는 달이 아닌, 모두가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며 서로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고백하고 감사하는 달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핑커프린트로 만든 하트!



- 3월 : St. Patrick’s Day & Spring

매해 3월 17일에 열리는 아이리쉬 전통문화, 그러니까 말 그대로 성 페트릭이라는 아이리쉬 출신의 성인;;을 기리는 날인데, 그냥 뭐 아주 일반적으로 샴락(세입 클로버), 그린, 아이리쉬 맥주, 골드 팟, 무지개 이런 것들을 상품화하며 기념하고 즐기는 축제스러운 의미가 있다. 관련된 이야기는 많은데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차차 하기로;

그리고 그린과 함께 그 해의 봄 주력 색상으로 변화하여 스프링 프로모션이 시작되는 달이다.

이번 봄, 홀푸드에서 찍은 꽃들.



- 4월 : Easter

크리스마스만큼은 아니지만, 부활절도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준수하는 행사이다. 이맘때가 되면 토끼, 색색의 계란, 초콜릿, 캔디, 물론 부활절에 관련된 기독교 서적 및 카드, 용품들이 곳곳을 점령한다. 주변에는 평소에 교회나 성당에 가지 않더라도 부활절에는 교회나 성당에 가서 부활의 의미를 기리고 감사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 5월 : Mother’s Day, Memorial Day, and Teacher Appreciation Week.

5월은 지난달들에 나열한 것 같이 큰 행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더스데이에 관련된 것들을 많이 다루고 메모리얼 데이를 기념한 세일 및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그리고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이 달에 한 주를 잡아서 그 주는 교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을 권장하는데 학교마다 소소한 이벤트, 이를테면 하루에 어떤 날은 교사에게 그림 그려서 고마움 표현하기, 다른 날은 정원의 꽃을 교사에게 선물하기 등을 진행한다.

올래 마더스데이에 받은 꽃과 케이크 :)



- 6월 Father’s Day &m Summer

미국은 어머니, 아버지의 날을 따로 기념한다. 날짜가 정해진 것이 아닌 그 달의 둘째 일요일 이렇게 정해서 기념하는데, 그래야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여름이 오면서 바비큐&그릴 시즌, 정원에서 즐기는 행사 이런 것들을 교묘히;;; 아버지의 날과 결합해서 아버지들이여 당신들은 바비큐 장인-_- 그릴 천재-_- 뭐 이렇게 프레이밍을 만들어 관련한 상품 및 카드를 많이 판다. (누구를 위한 선물인가;;)


- 7월 : Independence Day

7월은 뭐니 뭐니 해도 독립기념일, 사실 메모리얼 데이 때도 그렇지만, 7월이 다가오면 온통 주변이 미국의 성조기 색상; Red, Blue, and White로 도배된다. 성조기의 색상과 패턴을 활용한 상품들도 넘쳐나고. 다만 기후 때문에 예전과 달리 폭죽 및 대형 불꽃놀이 같은 행사들은 지양하는 편이다.


이상 나열한 것들이 현재까지 미국에서 살며 해마다 느끼는 고유한 행사들이다. 미국은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보수적인 부분도 있어서 고수하는 전통을 쉽사리 깨려 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현재는 엄청 많이 변화하는 물결 속에 있지만)


팬더믹으로 인해 예전만큼 추수감사절이나 기타 행사들을 다양하게 개최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모두에게 풍성한 결실이 있는 11월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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