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새해의 첫 포스팅은 독서감상 포스팅으로!
미국에 살면서 향수병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는데, 임신했을 때 한국 음식을 너무 먹고 싶었을 때, 그리고 한국 서점에 가지 못할 때 향수병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다.
그런데 밀리의 서재라는 앱을 이용하고부터는 그런 감정이 많이 해소되었다. 읽고 싶은 책이 모두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월 정액료 $9.99를 내면 무제한으로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어디인가!
그간 짬짬이 틈새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었는데, 오늘 뭘 읽었더라…. 하면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제대로 생각이 나질 않아서 일단 좀 충격을 받고;;;;
그래도 기억력이 나쁜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정말 적고 쓰지 않으면 가물가물한 나이가 되었나;;
무튼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며, 최근 읽은 것들 중에 추천하고픈 도서를 소개한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라는 표제어+ 붉은 색상(아무래도 이동진의 빨간 책방의 팟캐스트에서 착안한 북디자인인 듯하다.)이 눈길을 끌어서 책을 서재에 담고 스르르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나와 책을 고르는 기준의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놀랍고 신기한 마음으로 후딱 완독 한 책.
유명한 평론가인 줄은 알았지만, 사실 이동진의 평론이나 서평을 읽고 아, 참 글 잘 쓴다, 이 영화는 봐야겠다, 라는 마음이 들었던 적은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읽고 싶은 책들은 몇 권 생겼다. 그중 한 권이 나중에 소개할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생애>.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부담 없이 나는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점이다.
나는 후천적으로 길들여진 부지런함으로 바지런을 떨며 살아가지만, 내 마음속에는 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 하는 마음, 빈둥거리고 싶은 열망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비교적 언제나 즐겁고 싫증 내지 않는 것을 고르라면, 음악 듣기, 그리고 독서다. 언젠가부터 느낀 건데 나에게는 아주 경미한 활자중독 같은 것이 있어서 그냥 뭔가를 읽고 있을 때 안심이 되면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부분이 있다. 뭔가 보고 읽는 것에 대한 약간 강박 같은 부분이 있었다고나 할까?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여가 시간에 하다못해 카탈로그라도 들고 읽고 사진이라도 들여다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는 그게 재미가 있어서다. 가만히 앉아서 읽기만 하면 새로운 정보가, 새로운 이야기가 입력이 되면서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하니 그게 참 즐겁고 적당히 게으른 유희, 그렇지만 건전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니 중독적으로 나도 모르게 반복하는 것 같다. 작가의 말대로 나에게도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묻는다면 일, 그리고 독서라 할 수 있겠다. (이 부분을 읽는데 너무 비슷해서 순간 살짝 소름 돋았다.) 그리고 책을 고르는 기준도 살짝 비슷했고…
“재미를 유지하는 것이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는 이동진 작가의 말에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아주 호의적인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 같다.
나에게 있어 책은 크게 읽어야 해서 읽는 책, 그리고 읽고 싶어서 읽는 책으로 나누어진다.
전공 수업 때문에 기간 내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들, 단순히 읽고 싶어서 읽는 책들인데 둘 다 공통적으로 하는 것은 제목을 읽고 의도를 파악한 뒤 목차를 훑어보며 구성 및 스토리라인을 가늠하는 것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고를 때도 신이 나는 때가 아름답게 디자인된 책 표지들을 보며 옷을 쇼핑하는 기분으로 책의 타이틀을 음미할 때다.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클릭해서 신중하게 목차를 살펴보며 나에게 어울릴지 말지, 어느 정도의 재미를 선사할지 가늠해 본다. 그리고 난 뒤에 작가의 말을 읽고 마음이 동하면 내 서재에 담고,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댓글을 클릭한다. (사실 댓글로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만)
또 다른 공감 가는 부분은 완독에 대한 부담을 버리라는 것.
이전까지는 미련하게, 끝까지 꾸역꾸역 책을 다 읽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재미가 반감되는 독서를 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에게 있어서 책은 놀이고 유희인데, 재미있게 막 놀지 못하는 것이 무슨 놀이인가 싶어서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읽고 보고 싶은 부분은 또 읽고, 생각나는 부분은 다시 들춰보고 그렇게 하다 보니 마구잡이로 읽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나만의 독서의 흐름이나 결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이 외에 기억에 남는, 나와 유사한 독서 스타일은 동시에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초병렬 독서법’을 고수하고 책을 적당히 하대하며(….), 서문 읽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정도인데 사실 뭐 이런 부분들은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읽는 것을 많이 본터라…
책을 읽는 스타일로 따져 봤을 때 나는 사실 좀 산만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고, 쉽게 책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어느 특정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것 생기면 바로 관련한 것을 검색해서 그것을 읽다가, 갑자기 뭔가 마음에 훅 들어오면 또 그것을 찾아보고… 지금도 세 가지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는데 이전에는 이런 독서 스타일 때문에 나 자신에게 스스로 독서에 있어서는 ADHD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의식적으로라도 한 권을 꾸준히 읽고 난 다음 다른 책으로 넘어가려고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책을 덜 읽게 되어서 다시 초병렬 독서법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것을 초병렬 독서법으로 부르는지 처음 알았네;; 이 단어를 읽는데 갑자기 안심이 되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_-;
앞으로는 독서 비평 혹은 감상을 적을 때 마무리를 항상 이렇게 하려고 생각 중이다.
1, 추천/ 비추천
2. 그 이유는?
3. 한 문장 소감
1. 추천
2. 작가의 독서 방법을 소개하며 책 읽는 즐거움, 혹은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하기에 좋은 책이다. 특히 어떻게 독서하는 지를 모르거나, 독서에 흥미를 잃었거나, 독서하는 재미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작가의 도서 추천 리스트도 꽤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신간 도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역시 추천.
3.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들어보고 싶어 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