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리고 여기

현재를 삽니다.

by 세라비


한때는 내 삶이 조금의 차이는 있으나 늘 그 자리, 그 순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한 걸음씩 앞으로 딛었던 그 걸음들이 날마다 새로운 길로 향하고 있음을, 작은 변화라도,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 모든 임용시험을(미국은 multiple subjects라도 과목들을 나누어 따로 시험 친다) 마치고 합격했을 때, 긴장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여름을 맞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교생 실습 격인 student teaching을 마치고 credential program을 이수하고 final approval을 기다리던 지난여름의 나날들.

감사하게도 실습을 하고 임시 교사를 한 학기 동안 했던 학교에 교사로 취직하게 되었다. 게다가 2-3학년의 교생으로 실습을 했는데 3학년을 맡게 되어 실습 때 정들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실습했던 교실의 열쇠를 받아 개학 전 정리를 한드고 교실 문을 다시 열던 순간의 그 공기와 고요한 가운데 문이 열리던 소리는 한동안 기억에 선명히 남을 것 같다. 그런가 하면, 한국학교와 교회에서도 새로운 직분을 맡았다. 이 모든 일이 지난봄과 여름을 기점으로 일어났는데 어느새 학기의 끝,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다.


여전히 나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매일 학교에 간다. 방학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토요일에는 한국학교에서, 일요일에는 교회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학교에 가는 꾸준한 일과가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프리스쿨, 그리고 유치원에서 임시교사로 시작했지만, 점점 그 일터가 초등학교 교실로 확장되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딱 한 뼘씩 자라는 기분이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때로는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한순간 한 순간이 소중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돌아볼 것도 없이, 이 모든 여정에는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이 있었다. 작은 실패와 큰 기쁨의 순간마다 주님의 손길을 느꼈다. 지금도 나는 여기, 이 자리에서 주님과 함께함을 동행하고 있음을 믿는다.

오늘 내가 설 수 있는 이곳과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렇게 ‘여기, 지금’을 살아갈 힘을 날마다 공급해 주시는 것에 감사한다.

조용한 공간, 나의 감사와 고백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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