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버텨온 날들 02. 긴 터널의 출구를 찾아서

# 빛은 어디에

by 한여름

# 긴 터널의 출구를 찾아서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길고 긴 터널에 홀로 갇힌 것 만 같았다.

그 터널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춥고 시린 겨울밤만이 지속됐다.

온몸이 시리도록 추웠고 마음은 꽁꽁 얼어버렸다.


무언가에 부딪혀 생긴 상처들이 하나둘 새겨졌다.

깜깜한 터널 속에서 지내온 시간은 참 힘겨웠다.

쓸쓸하고, 몽롱하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기도 했으며, 조금 아프기도 했다.


가끔은 어둠이 나를 삼켜주기를 바라면서 차가운 바닥에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기어코 나를 부르던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나의 몸을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나를 다시금 일어나게 했다.

그 목소리를 따라 걷고 또 걷다 보면 아주 희미한 빛이 보였다.

어쩌면 곧 출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희미한 빛이 점점 더 밝아져 마침내 출구에 다다르는 상상을 했다.

드디어 추운 겨울이 끝이 나고 봄이 오려나, 곧 여름이 오려나 보다며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의 불빛은 별똥별이 되어 떨어져 내려 사라졌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나타나고 사라졌다.

점점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 터널의 출구가 있긴 한 걸까.

거기까지 내가 갈 수 있긴 한 걸까.

의심은 커져만 갔다.


작은 불빛이 남김없이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왔을 때,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어둠이 나를 삼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터널이 무너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이곳에서 고통받고 싶지 않았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른다.


나는 수년간 이 모든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했고

여전히 터널의 출구를 찾는 중이다.

다만, 어둠 속에서 앞을 보는 방법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


눈부시게 빛이 나는 사람이 되어 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가게 되는 날이,

내게도 찾아올까.


그것이 궁금해서라도 이 시간을 버텨본다.




IMG_0591.jpeg 포기하지 않고 걷다보면, 우리 모두 출구에서 만나게 될까요?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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