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언덕에서 부르는 노래

추억의 노래

by 이천우

추억의 언덕에서 부르는 노래


마음 속으로 부르는 추억의 노래



노래는 때때로 한 사람의 삶을 관통해 지나가며, 그 울림은 세대를 건너 우리 가슴에 오래 머문다. 19세기 북아메리카에서 탄생한 민요 〈매기의 추억(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도 그러하다. 한 시인의 사랑과 상실에서 비롯된 이 곡은 이제 '세월'과 '기억'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담아내며,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에게 이 노래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순간들을 다시 불러오는 아름다운 선율로 남아 있다.


나는 원래 노래와는 거리가 먼 아이였다. 시골 초등학교에는 오르간도 없었으므로, 음악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나는 음정도 잘 맞추지 못해 "음치"라는 놀림을 받기 일수였고, 자연스레 노래는 내 일상에서 멀어져 있어 그저 흥얼거리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전환점이 찾아왔다. 안계중학교에서 만난 젊은 음악 선생님 강호준 선생님을 통해, 나는 처음으로 노래를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는 감성이 풍부하며 따뜻한 분이었고, 투박하고 무심했던 시골뜨기들에게 음악의 세계를 열어주려 진심을 다했다.


그 선생님이 들려주시던 곡 중 하나가 바로 〈매기의 추억〉이다. 단지 가창 수업이 아닌, 노래에 담긴 사연과 감정까지 풀어내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그 수업은, 지금도 생생하다. 병약했던 연인 매기 클라크와의 짧은 연애와 결혼, 그리고 그녀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후, 캐나다 시인 조지 W. 존슨은 그녀를 추억하며 이 시를 썼다. 이 시는 제임스 버터필드에 의해 곡으로 탄생했고, 슬픔과 그리움이 녹아든 선율은 북미 대륙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불리게 되었다. 가사 속에는 언덕, 방앗간, 사라진 숲과 같은 풍경들이 등장하고, “이제 우리는 늙었지만, 지나간 그날들을 노래하자”는 후렴은 단지 한 부부의 이야기를 넘어, 누구에게나 있는 청춘의 기억과 인생의 유한함을 나타낸다. 이 노래는 그래서 더욱 애잔하고도 아름답다.



그 촌뜨기 시절, 나는 여전히 음정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노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렸다. '잘 부른 노래'가 아니라, '진심으로 느낀 노래'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이 음악의 본질 아닐까. 불완전한 목소리에서도 진심은 흐르고, 감정은 선율을 타고 되살아난다. 노래는 기억의 언덕 위에서 조용히, 그러나 선명하게 다시 살아난다.


〈매기의 추억〉은 나에게 음악의 첫 기억이자, 감성을 깨워준 인생의 선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2년째 민요를 배우며 그때 느꼈던 감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노래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음절마다 되새기며, 가사 너머의 삶과 공감을 배우는 중이다.


이 노래는 내 삶 깊숙이 묻혀 있던 기억의 조각을 건드린다. 십여 년 전 세상을 떠난 두 살 아래 여동생과 함께하던 어린 시절의 풍경이, 이 멜로디를 들을 때면 어김없이 되살아난다. 해가 질 무렵 마당을 맨발로 달리며 서로를 부르던 그 웃음소리, 여름 저녁 풀잎을 삶은 소죽통 냄새,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을 모아 다정히 내밀던 여동생의 손짓까지. 이제는 영영 돌아갈 수 없는 장면들이 노래 속에 잠겨 있다. 그래서 이 곡은 내게 단순한 추억이 아닌, 사무치는 그리움의 언어이자,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하는 시간의 그림자다. 노을 지는 운동장, 땀 냄새가 배어 있던 교실,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며 부르던 그 멜로디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수단이 아니라, 내 삶의 한 조각이 되어 지금까지도 나를 지탱해 준다. 그 노래는 단순한 향수를 넘어서, 시간 속에 묻힌 감정들을 다시 꺼내어 보여주었다. '사랑과 추억이야말로 인생을 지탱하는 힘'임을, 말없이 이 노래는 전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우리는 나이 들고 머리가 백발이 되었지만, 그 선율은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울린다.


노래는 조용히 묻는다. “그 시절 우리가 젊었을 때처럼, 지금도 마음을 담아 노래할 수 있지 않은가?” 나의 대답은 그렇다. 설령 음정은 아직도 흔들리더라도, 그 안에 담긴 추억과 감정은 여전히 가슴 깊이 울려 퍼진다. 그것이야말로 〈매기의 추억〉이 내게 안겨준 가장 깊은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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