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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은퇴 이후의 동행

서로를 응원하는 노년의 공부 친구로

by 이천우

AI 시대, 은퇴 이후의 동행


아침 5시 반.
창밖은 아직 어둠이 남아 있지만, 나의 하루는 그 고요 속에서 시작된다.

두유에 콘프레이크를 말아 간단히 아침을 챙긴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지만, 나는 오늘도 배움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생성형 AI, 데이터, 알고리즘…
처음엔 낯설기만 하던 단어들이 이젠 손끝에 익숙해졌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매일 아침, 그 작은 반복 속에서 나는 다시 학생이 된다.

정년을 맞은 지도 벌써 여덟 해.
나는 교수로, 아내는 중등학교 교사로 긴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왔다.

이제는 '은퇴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배움의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아내도 요즘 AI 공부에 푹 빠졌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손글씨 영상과 책을 소개하고,
‘AI를 활용한 신중년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까지.

영상 편집을 배우는 그녀의 눈빛은,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젊은 시절보다 더 반짝인다.

익숙한 일상 속, 새로운 도전을 함께 나누는 지금 우리는
인생의 또 다른 계절을 함께 배우는 지적인 동행자가 되었다.


공부를 마친 뒤, 나는 반려견과 함께 웅산을 오른다.
산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철쭉숲 사이에서 들고양이들이 인사를 건넨다.
벌써 4년째, 그들은 내가 오는 아침을 기다린다.

“야옹.”
그 짧은 울음 속에도 정이 담겨 있다.
말 없는 생명들 사이에서도 관계는 자라고, 마음은 이어진다.


하루의 루틴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을 걷고, 익숙한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마음만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어제보다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나누며,
조금 더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오늘의 나를 살아 있게 한다.

우리는 은퇴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AI 시대는 젊은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배움을 향한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열려 있는 새로운 세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질문하고, 배우고,
서로를 응원하는 노년의 공부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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