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는 새로운 언어로 하루를 시작하다.
노년에 AI를 내 삶으로 들이며
뜻밖의 순간에 찾아왔다
배움은 때때로 뜻밖의 순간에 찾아온다.
내게 그 시작은, 아내였다.
“당신도 한번 들어봐”
정년퇴직 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아내는 어느 날부터 줌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AI,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당신도 한번 들어봐.”
그녀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옆에서 슬쩍 화면을 훔쳐보던 내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세계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아내는 선생님, 나는 학생
처음엔 아내에게 가볍게 배우는 정도였다.
“이건 프롬프트라고 해. 이렇게 써보면 돼.”
그녀는 예전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모습처럼, 조곤조곤 설명해줬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아내는 AI 앞에서 이미 한발 앞서 있었고,
나는 이제 막 따라 걷기 시작한 학생이었다.
사유의 동반자, AI
그러던 어느 날, 전공과 관련한 저술을 시작하게 되면서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내 사유의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정리해주고,
흐트러진 글의 구조를 잡아주며,
내 문장을 더 부드럽게 다듬어주는 것까지—
그건 도구라기보다는, 내 안의 생각을 밖으로 끌어내는 또 하나의 나 같았다.
새벽 다섯 시 반의 루틴
이제 나는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난다.
두유에 콘프레이크를 말아 간단히 요기를 한 뒤,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AI와 마주한다.
어떤 날은 긴 글의 초고를 쏟아내고,
어떤 날은 단 한 문장을 붙잡고 한 시간 넘게 다듬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이, 무척 즐겁다.
느리지만 따뜻한 공부
내 공부법은 단순하다.
모르면 다시 읽고, 이해되지 않으면 묻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는 습관.
젊은 날의 연구실에서처럼 치열하진 않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따뜻하고 자발적인 배움이다.
AI로 연결된 두 사람
가끔은 아내와 이런 대화도 나눈다.
“이건 이렇게 써보면 더 자연스럽대.”
“오, 그건 영상 자막에도 써먹을 수 있겠네.”
우리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지만,
AI라는 새로운 언어로 하루를 공유하고 있다.
숫자 너머를 바라보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예전엔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통계자료나 복잡한 수치 분석도
이제는 AI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
숫자 너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삶을 더 깊이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갖게 된 것과 같다.
시험이 아닌 실험
노년의 배움은 더 이상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작은 실험이다.
열린 들판에서 다시 걷다
AI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배움을 선택한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넓은 들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들판에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늘도 같은 자리, 그러나 다른 마음
오늘도 나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마음은 매일 조금씩 다르다.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고,
AI와 함께 내 삶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