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과 성찰, 질문과 기다림이 흐르는 강물
한 줄 한 줄, 기적 위에 쓰다
50대 중반, 위암 수술이라는 고비를 넘겼습니다.
죽음이 가까이 다녀간 자리에, 삶은 매일 선물처럼 찾아왔습니다.
2018년 8월, 교수로 정년을 마친 그 가을
나는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오랜 시간 학문에 몸담았던 내가
신학이라는 낯선 질문 앞에 다시 앉은 이유는
세상을 다시 배우고,
나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4년은
묵상과 성찰, 질문과 기다림이 흐르는 강물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강이 끝나는 어귀에서
내게 또 하나의 조용한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AI였습니다.
처음엔 그저 아내를 지켜보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줌 강의를 듣고, 유튜브 채널을 꾸리고,
기술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 그녀의 뒷모습은
내 마음 어딘가를 다정하게 두드렸습니다.
“나도 한번 해볼까?”
조심스레 물을 밟듯, AI에 발을 디뎠습니다.
몇 가지 개념을 아내에게 배우고 난 뒤
나는 전공 서적을 AI와 함께 쓰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는
AI라는 바다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가 있었습니다.
글쓰기는 내게 늘 '살아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신학을 공부할 때도,
병상에 누워 있을 때도,
내 마음속 문장을 끌어올리는 일은
언제나 나를 다시 숨 쉬게 했습니다.
이제 그 여정에 AI가 조용한 벗으로 함께합니다.
아이디어를 정리해주고,
흐름을 잡아주고,
가끔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창을 열어줍니다.
하지만 진짜 글은 여전히 내 손끝에서 완성됩니다.
문장의 체온, 단어의 떨림,
그건 오직 나만이 건널 수 있는 다리 위에 있습니다.
지금 나는 매일 새벽,
두유에 콘프레이크를 말아 간단한 아침을 챙기고
조용히 책상 앞에 앉습니다.
AI와 주고받는 말들 속에서
나는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어제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내일의 물음을 조심스럽게 꺼내듭니다.
돌아보면,
아내의 손을 잡고 AI의 세계에 발을 디딘 그 날은
삶이 내게 건넨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기적 위에 한 줄 한 줄,
나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