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1일(토) 오후 3시. 바람결이 선선한 가을날, 영남지역 OCS68차 동기들이 부산 5대 명소 중 하나인 몰운대 입구 비석 앞에 모였습니다. 파도 소리와 해풍이 리듬을 잡아주고, 우리는 그 리듬에 맞춰 몰운대 산책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절벽 아래 데크를 따라 나란히 걷다 보니, 군 시절 함께 맞추던 보폭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말없이 나란히 걷는 그 발걸음 속에, 수십 년 세월을 함께 지나온 신뢰와 우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다대포해수욕장 시설을 간단히 둘러보았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경사가 완만한 백사장, 정비된 보행로,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들. 예전의 바다는 여전했지만, 이용 방식은 더 안전하고 편리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씨파크 횟집에서 푸짐한 회로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접시에 놓인 감성돔과 우럭, 육회와 해삼, 전어회와 구이, 아귀 수육, 국물 좋은 매운탕이 돌아가며 식탁을 채웠고, 오래된 농담과 서로의 근황이 이어졌습니다. 특별 메뉴로 조★훈 동기가 정성껏 가져온 송이버섯은 단연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대구와 진해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동기들이 고마웠습니다. 누군가는 열차 시간을 맞춰 빡빡한 일정을 비집고 왔고, 누군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이제는 소주병 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사실이 못내 아쉽기도 했지만, 그 아쉬움조차 우리의 세월을 더욱 선명하게 비춰주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마신 병의 개수가 아니라,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는 얼굴의 수로 오늘을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서로의 건강을 챙겨 묻고, 다음번에는 더 일찍, 더 가볍게 걷자고 얘기했습니다.
우리의 만남에는 단순한 동기생 이상의 무게가 있습니다. 젊은 날, 국가의 부름을 받고 조국의 바다를 지키자며 다짐했던 우리는 그동안 사회 곳곳에서 각자의 책임을 다해 왔습니다.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함께 걸었기에 외롭지 않았고, 함께 버텼기에 오늘의 우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눈부시게 발전해 온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한 사람의 시민이자 국가의 일원으로 묵묵히 자기 몫을 감당해 왔습니다. 그 사실이 자부심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 다대포에서 우리는 삶과 자연, 사람과 기억이 어우러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대포는 넓고 얕은 모래사장과 찬란한 일몰, 생활형 어항과 생태가 겹쳐진 귀한 장소라 많은 사람들이 즐깁니다. 이제 이 강점을 주민의 삶의 품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더 단단히 묶이길 소망합니다. 관광객의 편의뿐 아니라, 어민과 상인, 아이와 어르신, 일하고 쉬는 모든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우선순위로 두었으면 합니다. 깨끗한 보행 동선, 야간 소음·쓰레기 관리, 안전한 물가 이용,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샤워·그늘 시설, 장애인·유모차 동행 친화 설계 같은 생활 인프라의 정교함이 곧 지역의 품격입니다.
어항의 리듬을 해치지 않으면서 수산 가공·체험·마켓을 연결하고, 생태 보전 구역·완충 구역·이용 구역을 명확히 나눠 No Net Loss(생태 순손실 없음)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겠습니다. 개발의 속도보다 일상의 질이 먼저여야, 다대포의 아름다움이 일회성 구경거리가 아니라 오래 사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됩니다.
그리고 다음 만남은 1박 2일의 느긋한 일정으로 잡아 보길 바랍니다. 첫날에는 몰운대 데크와 일몰, 다대포항의 저녁을 천천히 누리고, 둘째 날 아침에는 해변을 맨발로 걸으며 파도 소리를 들었다가,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이면 충분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걷고, 오래 이야기하고, 사진 한 장 더 남길 여유를 서로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는 몰운대와 다대포에서 과거와 현재를 한 번에 걸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하루를 넘기며 밤을 나누고 아침을 맞는 1박 2일의 여정 속에서, 추억을 더 깊게 쌓을 수 있길 요망합니다. 더 잘 정돈된 보행길과 조용한 밤, 깨끗한 바다 냄새 속에서 한 병은 덜 마셔도 더 오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만남이 그러하듯, 다대포도 사람이 우선인 바다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명소로 자리 잡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