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이별을 연습한다

사랑이와 이별 연습

by 이천우

오늘, 나는 이별을 연습한다


필자는 반려견과 추억을 많이 간직하려고 한다



가까운 친구가 15살이던 반려견과 이별을 했다고 애닯은 심정을 카톡에 적었다. 출근하는 날, 아픈 몸으로 멍하니 바라보던 반려견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나는 그 글을 본 뒤 창밖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자연스레 우리 집 반려견 ‘사랑이’의 눈이 떠올랐다. 매일 아침 나는 사랑이의 눈과 인사한다.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 사랑스러운 눈빛, 그리고 조용한 숨결이 나에게 답한다. 하지만 그 인사가 영원할 수는 없다. 사랑이도 벌써 열두 살이라, 얼굴빛에 세월이 묻어난다.

우리는 12년 넘게 웅산을 함께 올랐다. 오르막에서는 종종 사랑이를 품에 안는다. 그 순간 나는 사랑이의 체온을 내 가슴에 담는다. 말보다 더 또렷한 온기다. 사랑이는 얌전히 내 품에 안겨 산바람을 맡는다. 우리는 천천히 숲길을 오르고, 내려올 땐 보폭을 맞춰 함께 걷는다. 벤치에 앉아 사과즙 한 팩을 나눠 마신다. 내가 노래를 부르면 사랑이는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며 감상하듯 앉아 있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아직 건강한데 너무 앞서간다”고. 하지만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앞서가기보다는 준비하는 것이다. 아내는 종종 말한다. “무리하면 안 되니 천천히 걸어요.” 그래서 더 천천히 걷고, 더 자주 쉰다. 또한 하루하루의 기운에 맞춰 호흡을 고르고, 강요하지 않고, 그저 함께 숨 쉬는 템포를 고른다.


비 오는 날이면 예비된 슬픔에 젖는다. 아직 오지 않은 이별인데도 마음 깊은 곳이 저린다. 나는 그 아픔을 억누르지 않는다. 내가 외출 후 돌아오면 사랑이는 안기고 싶다며 작은 소리로 끙끙댄다. 내가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사랑이의 체온을 느끼며 마음을 달래주곤 한다. 사랑이는 식탁에 앉은 우리를 바라보다가, 과일이라도 먹는 기미가 보이면 함께하겠다는 눈빛을 보낸다. 나는 사랑이의 꼬리 각도를 보며 오늘 내 기분을 가늠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삶에 단단히 기대어 있다.


나는 사랑이와 보낸 시간을 자주 기록해 둔다. 오늘은 평지 위주로 걷자, 벤치에 앉아 사과즙을 나눠 마셨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맞췄다. 이렇게 작은 실천이 추억이 되고, 그 기록은 후회 대신 약속으로 남는다. 내일은 다섯 번 이상 머리를 쓰다듬을 것이다.


사랑이는 매달 2박 3일 동안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다. 콩팥에 돌이 생겨 두 번 수술했는 데다, 신장 내부를 씻어내기 위해 수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기 전, 차창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던 모습은 잠시,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 사랑이는 몸을 떤다. 병원에선 낯선 공간, 낯선 냄새, 그리고 아픔이 기다린다. 나는 사랑이가 느끼는 두려움을 알기에, 매 순간 사랑이에게 더 많은 온기를 전하고 싶어진다.


비 오는 날이면 등산 가방에 사랑이를 담아 산책을 나선다. 사랑이는 편안히 가방 안에 앉아서 바깥 공기를 맡는다. 사랑이를 위해 좋은 영양제 간식을 챙기고, 우리가 먹는 친환경 과일도 나눈다. 사랑이는 평소 KBS 클래식 프로 '콩'을 듣는다. 그래선지 혼자서도 잘 논다. 사랑이는 우리 아파트 앞 베란다의 꽤 넓은 공간에서 뛰어다니며 생활한다. 그러다가 가끔 현관에 들어와 우리와 놀기도 한다. 그러니 사랑이는 존재만으로도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다. 또한 배설 후의 냄새도 이제는 익숙한 일상의 한 조각이 되었다. 나는 그 일상의 목록을 조용히 적는다. 구체적인 기억이 사랑의 모양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를 상상해 본다. 책상 위에 놓인 사진 한 장, 촛불 하나, 작은 상자 속 담요 조각. 함께 걷던 산책길을 다시 걸으며, 자리를 기억하고, 숲의 냄새에 감사를 전한다. 사라짐은 부재가 아니라, 형태를 바꾼 존재의 흔적이니까.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위로를 전했다. “이별이 힘드시겠다, 나도 그 이별을 준비해야 하기에...” 나는 오늘도 사랑이와 함께 걷던 길을 다시 걷는다. 말보다 곁이 먼저 간다. 애도는 시간이 품어주는 일이다. 눈물은 사랑의 또 다른 언어이고, 남은 자는 살아서 증명해야 한다. 기억을 감사로 바꾸고, 감사를 실천으로 이어가야 한다.


나는 오늘도 사랑이를 위해 물을 갈고, 밥을 챙긴다. 사랑이가 누릴 햇살의 각도를 눈으로 재고, 생활하는 공간을 조용히 닦는다. 그 작은 움직임들이 우리 부부의 노년을 부드럽게 항해하도록 돕는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천천히 나아간다.


결론은 단순하다. 관계는 준비 속에서 깊어지고, 건강은 움직임 속에서 유지되며, 품위는 정리 속에서 빛난다. 그리고 기억은 기록 덕분에 오래 남는다. 오늘의 사랑은 내일로 미룰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랑이를 꼭 안는다. 그 체온을 가슴 깊이 담는다. 그 온기가 오늘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이렇게, 나는 이별을 연습한다.



한 줄 요약: 오늘의 체온을 기록하라. 사랑은 형태만 바꿀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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