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이해
원화 환율 추이와 원/위엔화/엔화의 동조화 추이
요즘 뉴스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또 올랐다”, “1,400원을 넘었다”는 제목이 낯설지 않다.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라면 막막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기분을 누구나 느낀다. 그러나 막연한 공포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환율이 왜 오르는지, 그 뒤에 어떤 구조가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의 큰 틀은, “강한 달러 + 약해지는 아시아 통화 + 한국만의 취약한 요소”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달러가 지나치게 강하다. 미국은 여전히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세계 경제가 불안해질수록 전 세계 자금은 “그래도 믿을 건 달러”라며 미국으로 몰려간다. 기준점이 되는 통화가 단단해질수록 다른 나라 통화는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여기에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가 겹치고 있다. 일본은 장기간 초저금리를 고수해 엔화 약세를 자초했고, 중국은 경기 둔화와 부동산 부실로 인해 위안화에 대한 하방 압력이 계속 되고 있다. 그리고 해외 투자자들의 눈에는 한국·일본·중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 수출국”이라는 하나의 묶음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시아 통화 비중을 줄이자”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원화·엔화·위안화가 함께 흔들린다. 한국이 뭔가 유독 잘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속한 지역과 산업 구조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거기다 한국 내부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연금과 금융기관, 개인 투자자들까지 해외 주식·채권 비중을 크게 늘려 왔다. 달러 표시 자산을 사려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한다.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갈 때는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 들고 나간다. 미·중 갈등, 미국과의 통상 불확실성,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굳이 원화 자산을 많이 들고 있을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쯤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금리를 확 올려서 환율을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 원칙만 놓고 보면, 한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원화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고 해외 자금이 다시 들어와 원화가 강해지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행이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기는 어렵다. 물가, 집값, 경기라는 세 변수를 동시에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자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경기를 살리자고 금리를 내리면 물가와 자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여기에 미국과의 금리 차이, 인구·성장률 문제까지 얽혀 있다.
정책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절대 수준 그 자체보다도 속도다. 환율과 금리는 어느 정도 오르내릴 수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급격히 움직이면 가계와 기업이 계획을 세울 수 없고, 투자·고용·소비가 한꺼번에 얼어붙게 된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환율 때문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크게 흔들기보다는, 통화정책의 원칙과 향후 방향을 꾸준히 설명하면서, 필요할 때 외환시장 안정 조치나 유동성 공급 같은 다른 도구를 병행하는 방식을 택한다. “환율을 특정 숫자에 묶어두겠다”가 아니라 “과도한 급등락을 막겠다”는 쪽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정부와 중앙은행, 기업과 개인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통화스와프, 유동성 공급 장치를 활용해 시장의 공포를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산업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일시적인 개입으로 환율 그래프를 억지로 눌러놓는 데 힘을 쏟기보다, 환율이 출렁여도 버틸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기업은 “환율이 한 번만 출렁이면 곧바로 적자로 떨어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원자재·해외 부품 의존도를 차차 줄이고, 수출 시장과 조달선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두어야 한다. 환 헤지(선물환, 옵션 등)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시적인 위험관리 수단으로 사용하는 문화도 정착해야 한다. 환율을 정확히 맞추려 애쓰기보다, 어느 정도의 변동성 안에서는 버텨낼 수 있는 재무 구조를 갖추는 쪽이 현실적이다.
개인 역시 완전히 손 놓고 있을 문제는 아니다. 먼저 내 삶에서 환율에 민감한 영역이 어디인지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여행, 자녀 유학, 해외 주식 투자, 수입품 소비 등 어떤 지출이 달러 강세에 취약한지 목록을 만들어 보고 어디에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산 구성에서도 전부 원화에만 베팅하기보다, 긴 호흡에서 달러와 해외 자산을 일정 비중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 다만 이미 환율이 많이 오른 시점마다 “지금이라도 전부 달러로 갈아탈까” 하는 조급함에 휩쓸리기보다는, 분산·분할·장기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환율과 금리는 숫자로 표시된 지표지만, 그 뒤에는 한 나라 경제의 체질과 생활의 구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즘의 환율 상승과 원·엔·위안의 동조화, 그리고 중앙은행 금리 정책에 대한 고민은 “한국이 어딘가 크게 잘못해서 생긴 사건”이라기보다, 동아시아 제조업 수출국으로서 한국이 서 있는 자리, 그리고 앞으로의 선택지를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공포를 느끼기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환율의 흐름 체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율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정부와 기업, 개인이 각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그 길이 더 또렷해진다. 환율 그래프의 출렁임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덜 흔들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우리의 판단과 대비가 시험대에 올라있는 시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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