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소통 문화

소통공간으로서의 동네 카페

by 이천우

동네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소통 문화


동네 카페가 새로운 소통공간으로 정착되고 있다

동네 카페가 제3의 공간이 된 건 낭만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이 거기서 특별한 감정을 찾기 시작해서도 아니다. 집과 직장(학교) 사이에서 “그냥 있어도 되는 자리”가 줄었고, 그 빈자리를 카페가 가장 쉽게 메웠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간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앉아 있을 자리와 숨 돌릴 시간을 얻으러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연결되는 방식도 달라졌다. 많이 말해서 친해지기보다, 부담을 줄여서 관계를 이어가는 쪽으로 바뀌었다.


집에서부터 소통 방식이 달라졌다. 집은 작아졌고,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줄었다. 같은 집에 있어도 각자 방에 들어가 있고, 각자 TV 화면을 보기 일쑤다. 거실은 함께 이야기하는 곳이라기보다, 통과 지점이 되고 있다. “오늘 어땠어?” 같은 말은 여전히 하지만, 그 뒤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 피곤한 걸 아니까 더 묻지 않고, 괜히 부담 줄까 봐 대답도 짧아진다. 친밀함이 사라졌다기보다, 대화할 여유가 줄었다. 그래서 집 밖에서,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해졌다.

회사도 비슷하다. 회사에서 하는 말은 점점 더 ‘일을 위한 말’이 된다. 회의는 결론을 내기 위해 하고, 메신저는 빠른 답을 요구한다. 사담은 줄고, 혹시 오해가 생길까 봐 문장은 더 딱딱해진다. 재택·하이브리드가 늘면서 직접 만날 시간이 줄었고, 그래서 서로 오해가 더 많아졌다. 말은 많아졌는데 마음은 덜 전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회사 밖에서 일과 상관없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꼭 깊은 대화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진짜 필요한 건 위로 한 마디가 아니라, 혼자 고립된 느낌이 사라지는 거다. 카페가 그걸 제공해 준다.



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예전엔 그냥 모여서 시간을 보낼 공간이 많았고, 그 ‘별일 없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지금은 스케줄이 빽빽하고, 비교는 기본값이 됐다. 관계도 빨리 만들고 빠르게 관리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처음 만나면 인사보다 “전공이 뭐야?”, “뭐 준비해?” 같은 스펙·계획부터 튀어나온다. 그러다 피곤해지면 혼자 있고 싶어지는데, 완전히 혼자 있기는 또 불안하다. 카페는 그 애매한 틈을 메워준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굳이 말 안 걸어도 되고, 혼자 있어도 덜 고립된다.

동네 자체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시장 단골집, 동네 사랑방 같은 술집, 오래된 분식집 같은 곳이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인사가 오갔다. 지금은 그런 공간이 많이 줄었다. 남아 있는 곳들도 대부분 목적이 분명하다. 뭘 사거나 뭘 해야 들어갈 수 있다. 공공 공간이 약해지면서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더 많이 이동했다. 온라인에선 말이 쉽고, 그래서 더 날카롭다. 짧게 말하고 빨리 판단한다. “내 편”과 “네 편”이 금방 갈린다. 그러니 오히려 오프라인에서는 조심스럽게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더 필요해진다. 카페가 그 역할을 맡게 된 이유다.


정치나 공론장도 비슷하다. 설득보다 이기는 말이 더 눈에 띄고, 사과는 책임이라기보다 약점처럼 취급되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적인 자리에서 더 말을 아끼고, 자기 편에게만 말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조용히 함께 있는 경험 자체가 줄어든다. 카페는 그 경험을 아주 낮은 강도로 만들어 준다. 옆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몰라도, 같은 음악과 같은 온도 속에서 잠시 같이 있는 것으로.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요즘엔 그 정도의 공존이 오히려 귀하게 되었다.


카페가 제3의 공간이 된 이유는 결국 구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자리와 냉난방, 화장실과 와이파이, 콘센트를 함께 산다. 사실은 커피가 아니라 ‘머무를 권리’를 사는 셈이다. 식당에서는 먹고 나가야 하고, 술집에서도 마셔야 한다. 하지만 카페는 비교적 오래 있어도 눈치를 덜 느낀다. 더 중요한 건, 카페가 “대화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이 없어도 괜찮고, 잠깐 있다가 나가도 괜찮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소통이 바로 이런 형태다. 뜨겁게 친해지는 관계보다, 부담 없이 이어지는 연결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대별로 쓰임이 달라도 충돌이 적다. 젊은 사람들은 공부나 일을 하려고 오고, 중장년은 부담 없는 약속을 잡는다. 노년층은 집 밖으로 나와 사람들 속에 있는 것 자체가 필요하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어도 카페는 그걸 허용한다. “같이 있어도 꼭 같을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 분위기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카페가 계속 편한 공간으로 남으려면 기본이 필요하다. 자리만 차지하지 않기, 큰 소리로 통화하지 않기, 오래 있을 거면 최소한의 주문을 하기,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 등을 지켜야 한다.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카페는 편한 공간이 아니라 피곤한 공간이 된다. 결국 카페의 소통 문화는 손님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동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면서 동시에, 요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장소다. 집에서는 대화할 힘이 줄고, 회사와 학교에서는 말이 기능이 되고, 온라인에서는 말이 날카로워진 시대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완벽한 관계보다 부담 없는 연결을 선택한다. 카페는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척하지만, 사실은 오늘 하루가 너무 고립되지 않게 해 줄 자리와 여유를 찾으러 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말은 적어도 마음은 조금 덜 닫히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동네 카페를 찾는다.


다양한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 된 동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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