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겨울나기와 나

겨울 준비

by 이천우

자연의 겨울나기와 나


겨울산 오르기


세상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환희로 들떠 있다. 거리마다 불빛이 반짝이고, 12월 24일과 25일은 그 분위기가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내 하루는 그 축제보다 먼저, 날씨로 시작됐다. 진해의 하늘은 23일 내내 흐렸고, 실비처럼 가늘게 내리는 비는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그 탓인지 목뼈 주위의 묵은 통증이 다시 살아났고, 마음도 덩달아 처졌다.

다행히 25일엔 하늘이 맑아졌다. 햇살이 내리자 마음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웅산으로 향했다. 차가운 바람에 손끝이 시렸지만, “춥다”는 감각은 오히려 나를 또렷하게 깨웠다. 오늘은 단순히 걷는 날이 아니라, 내 삶의 겨울 준비를 스스로 점검하는 날로 삼기로 했다.


산 입구에 있는 목재체험장에 먼저 들렀다. 내가 밥을 챙기는 들고양이들이 있는 곳이다. 아침 공기 속에서 두 마리가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서자 기지개를 켜며 아는 체를 한다. 말은 없지만, “오셨군요”라는 듯한 반가움이 느껴졌다. 그 초롱한 눈빛에서 나는 묵묵히 겨울을 이겨내는 생명력을 본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얼마나 잘 견디고 있는가.


웅산을 오르며 나는 자연이 겨울을 준비하고 살아내는 방식을 지켜본다.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들고양이처럼, 나무처럼, 풀처럼—모두가 제 몫의 생존을 감당하고 있다. 자연의 방식은 단순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정직하고 깊은 것 같다.


특히 나무들이 그러하다. 찬바람 속에서 잎을 떨쳐내고 가지도 스스로 떨군다. 마치 “이제 이건 필요 없어”라고 말하듯. 겉보기에 쓸쓸한 그 풍경은, 실은 치열한 선택과 정리의 결과다. 살릴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내려놓는다. 나무는 붙잡지 않고 내려놓음으로써 살아남는다.



풀들도 그렇다. 위는 비워내고, 뿌리는 더 단단히 지킨다. 겨울나기의 본질은 바로 그 균형이다. 겉은 과감히 덜어내고, 중심은 더 붙든다. 나는 그 단순한 생존의 지혜 앞에서 나 자신을 마주한다.


웅산 기슭, 이름 모를 산새들이 관목 가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서로에게 바짝 다가서며 바람을 피하고, 짧은 재잘거림으로 서로를 확인한다. 시끄러운 듯 들리는 그 소리조차, 생존의 방식처럼 느껴진다. 생명은 그렇게, 함께 가까이서 버텨낸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스스로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붙들고 있나. 무얼 놓지 못해 여전히 무겁게 살고 있나. 말로는 내려놓자고 하면서도, 정작 손끝은 놓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연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정리는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손질이 먼저라고. 나무처럼 불필요한 것을 털어내고, 풀처럼 본질만 지키며, 들고양이처럼 필요할 땐 조용히 곁을 찾아야 한다고. 그렇게 삶을 정리하다 보면, 겨울은 단지 견뎌야 할 계절이 아니라, 나를 새로이 다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산을 오르며 필자는 위와 같은 장면을 상상한다.


나는 오늘, 자연에게서 배운다. 겨울은 잃는 계절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내려놓는 시간이란 것을. 그래서 나는 지금, 내려놓을 것 세 가지를 적어본다. 물건일 수도 있고, 감정이나 습관일 수도 있다. 그중 하나는 오늘 당장 실천하려 한다.

그리고 내 안을 살핀다. 잠은 잘 자고 있는가, 마음은 지치지 않았는가, 오래 연락하지 못한 사람은 누구였던가. 그리고 매주 한 번쯤, 짧은 루틴을 정해보기로 한다. 꼭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이 다짐을 혼자만 간직하지 않기로 한다. 누군가에게 말로라도 전하기로 한다. 그 말 한마디가 책임이 되고, 또 작은 온기가 되어 돌아올 수 있으니까.

나는 오늘부터 조금씩 가벼워지기로 한다. 자연이 그러하듯,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내 삶의 겨울을 준비하고 싶다. 그렇게 차분하게 정리를 마치고 나면, 봄은 어느 날 조용히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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