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실수하고, 흔들리고, 상처입는다.
요즘 나는 매일 아침, AI와 함께 하루를 연다. 새벽 5시 반, 부스스 일어나 두유에 콘프레이크를 말아 간단히 요기한 뒤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조용히 글을 쓰기 시작한다.
AI는 내게 성실한 조력자다. 정보를 정리해 주고, 문장을 다듬어주며, 때로는 내가 놓친 논리의 빈틈까지 메워준다.
하지만, 그 AI의 진화를 지켜보는 하루하루 속에서 나는 문득 마음 한구석에 작은 긴장감을 느낀다.
“이토록 능숙한 기술 앞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인간다움을 지켜낼 수 있을까.”
요즘의 AI는 놀랍도록 ‘사람 같은’ 말투를 구사한다. 그럴수록 나는 오히려 자주 묻게 된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정년을 마친 후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지를 배웠다. 우리는 실수하고, 흔들리고, 상처 입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기도하고, 사유하고,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AI는 실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성하지도 않는다. 감정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후회하거나, 고통을 껴안지는 못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오히려, 인간다움이란 우리가 AI보다 느리고, 불완전하다는 그 사실 속에 있다고 믿는다.
나는 매일 글을 쓴다. AI의 도움을 받지만, 그 문장에 체온과 결을 불어넣는 일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가끔은 문장이 서툴러도 괜찮다. 그 안에 담긴 마음만은,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것이니까.
인간다움이란 속도가 아니라 깊이에서, 정확함이 아니라 공감에서, 지식의 양이 아니라 경청의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믿는다.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가 더욱 단단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로를 기다려주고, 때로는 침묵하며, 무엇보다도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물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 질문이 있는 한, AI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