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쉬어가는 길 위에서

함께 웃고 걸었던 그날을 기억하는 것

by 이천우


봄빛이 스며든 아침, 우리는 문경새재를 향해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설렘과 그리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OCS 68차 동기 여덟 명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에서는 정**, 권**, 변**, 정**, 신**, 이** 동기가, 부산에서는 이**, 이천우 동기가 먼 길을 달려왔다.


이천우는 진해에서 첫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 이** 교수의 조수석에 올랐다. 차창 너머로 스치는 풍경처럼, 두 사람은 오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시간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서울팀은 문경역에 도착해 택시로 문경새재 제1주차장으로 향했다. 곧 부산팀과도 기쁜 재회를 하고, 우리는 함께 문경새재의 초입에 섰다. 발아래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 손끝을 간질이는 봄바람, 눈부시게 반짝이는 숲. 숲 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시간이 모자라 2 관문까지만 오를 수 있었지만, 자연은 짧은 우리의 방문마저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2 관문 아래 주막집에서 마신 오미자 막걸리 한 사발, 허기진 배를 달래준 햄버거 한 입, 그리고 퍼지는 동기들의 웃음소리.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삶을 다정히 어루만졌다.

함께 걷고, 함께 웃으며, 우리는 새삼 깨달았다. 삶이란, 이렇게 소소하고 따뜻한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여정을 마친 우리는 수안보 상록호텔로 향했다. 늦은 오후, 온천탕은 북적였고, 국가와 가족을 위해 평생을 달려온 이들이 고단한 어깨를 물속에 담그고 있었다. 우리도 뜨끈한 물에 몸을 맡긴 채, 문득문득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장만해, 숙소인 하늘계곡 연수 펜션으로 이동했다. 짐을 풀고 잠시 쉰 뒤, 기다리던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었다. 분주히 주방을 오가며 고기를 굽던 권** 동기의 솜씨는 빛났다. 낡은 불판 위에서도 완벽히 익어가는 쇠고기, 돼지목살, 오리고기. 버섯과 채소를 얹어 한 점씩 건네주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폭탄주 한 잔, 웃음소리 한 조각. 건배 소리가 밤하늘로 퍼졌다.


고장 나 있던 노래방 기기는 이**, 정** 동기의 손길로 다시 숨을 쉬었다. 이어진 작은 콘서트. 변**의 '백만 송이 장미', 이**과 신**의 명곡 열창, 정**, 권**, 이천우의 트롯 무대. 정**는 카메라를 들고, 소중한 순간들을 한 장 한 장 가슴에 담았다. 우리는 노래하고, 춤추며, 잊을 수 없는 밤을 함께 지새웠다.

백미는, 바다를 가슴에 품은 70대 노병들이 '해군가'를 부르며 나라를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
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바다를 지켜야만 강토가 있고
강토가 있는 곳에 조국이 있다.


새벽, 몇몇 동기들이 조각공원과 주위를 산책했다. 권**, 이천우, 정** 동기가 걷던 길.
자연과 사람, 시간의 흔적이 고요히 이야기를 건네왔다. 한때 사람들이 품었던 꿈과 과욕이 남긴 흔적 앞에서, 우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 따끈한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함께 나누었다. 이** 동기는 분당으로 먼저 떠났고, 남은 우리는 청록호텔 온천탕에 몸을 담그며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스 창가에 앉아, 창원으로 향하는 길. 이번 여행은 내게 오래도록 남을 특별한 선물이었다. 서툴고 소극적이었던 내가, 오랜만에 마음을 열고, 동기들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보고, 새삼 인연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겼다.


동기 여러분, 고맙습니다.
함께한 시간,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필승!




"인생은 바람도 쉬어가는 길 위에서, 함께 웃고 걸었던 그날을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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