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의 힘
어릴 적, 고향 안계장터 우시장에 가면 언제나 북적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우시장 어느 한쪽에서는 중개인이 오가는 사람들 틈에서 소를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서 흥정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시장의 또 다른 구석으로 발길을 돌리면, 손수 만든 과일청을 내어놓은 아저씨, 조용히 스웨터를 뜨던 아주머니가 각자의 작은 세상을 펼쳐놓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시절, 시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플랫폼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필요를 나누고, 손과 마음을 건네던 장(場). 누구도 혼자 모든 것을 만들어내지 않았고,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필요로 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런 작은 플랫폼들이 거대한 모습으로 확장된 형태다. 플랫폼은 이제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디지털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이 되었다.
직접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운전하는 사람과 이동하고 싶은 사람을, 음식을 만드는 식당과 배달을 기다리는 사람을, 집을 빌려주려는 사람과 여행자를 연결한다.
이러한 구조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플랫폼 경제다. 플랫폼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창출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가치와 거래를 만들어낸다. 우버, 에어비앤비, 배달의민족, 네이버, 쿠팡.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수많은 서비스들이 이 플랫폼 경제 안에 있다.
플랫폼은 사람을 모으고, 사람은 플랫폼을 키운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선택이 풍성해지고, 선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다. 사람이 많이 몰려드는 곳에 더 많은 가치가 생기고, 그 가치는 다시 플랫폼을 더욱 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소수의 대형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거나, 데이터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노동자들을 플랫폼의 이름 아래 불안정한 조건으로 묶어버리기도 한다. 플랫폼은 편리함을 주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때로는 이름 없이 일하고, 때로는 우리가 남긴 흔적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는다. 연결에는 여전히 힘이 있다. 플랫폼이 만든 거대한 무대 위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손 내밀 수 있다. 기술이 무대를 만들었지만, 그 위를 걸어가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가치를 지킬지, 결국 그것을 선택하는 것도 사람이다.
플랫폼 위에서 우리는 만난다. 그리고 이제는 물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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