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누구의 편이어야 할까

— 오픈 AI와 ‘캡 프로핏’ 모델 이야기

by 이천우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속도는 빠르다. 하지만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늘 늦게 묻는다. 지난 5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오픈 AI는 중요한 선언을 했다. 시장 확장과 이윤극대화의 길 대신, 설립 초기의 비영리 철학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이었다.

돈과 가치 사이에서의 고민
처음 오픈 AI는 “인공지능이 인류 전체의 이익이 되게 하겠다”는 꿈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AI 개발은 상상을 초월하는 자원을 삼켰다. GPT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 없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2019년, 오픈 AI는 일부 영리법인(OpenAI LP)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캡 프로핏(Capped-Profit)’ 모델.

캡 프로핏 모델, 영리와 공익의 다리

캡 프로핏은 이윤과 공익 사이의 다리였다.

• 투자자에게 연간 수익 상한선을 보장한다. (예: 5% 수익률)

• 그 이상 벌어들인 이익은 연구, 공익 프로젝트, 사회 기반으로 돌아간다.

• 민간 자본의 힘으로 초기 개발을 가능하게 하되, 과도한 상업화가 기술의 본질을 해치지 않게 만든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 이것이 오픈 AI가 택한 새로운 실험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

이 모델은 아름다웠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 수익 상한선의 설정: 어느 수준이 합리적인지 합의하기 어려웠다.

• 거버넌스 설계의 한계: 초과 이익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

• 윤리적 긴장: 투자자의 요구와 공익 사이의 균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게다가, 기술 상업화로 인한 윤리적 우려도 커졌다. AI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구에게 위험한가? 이 질문이 오픈 AI 안팎에서 반복되었다. 결국 오픈 AI는 결단했다. 비영리로 돌아가겠다. 기술이 인간을 해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초심으로.

캡 프로핏의 장점과 한계

장점:

• 민간 자본과 공익을 연결한다.

• 기술의 왜곡을 방지한다.

• 투명성과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한계:

• 복잡한 수익 상한선 합의 문제.

• 미완성된 거버넌스 설계.

• 장기적 투자 유인 부족.

한국에서도 시작된 작은 실험들

국내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판매 수익 전액을 공익사업에 사용한다. 루트임팩트는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사회문제 해결에 쓴다. 비공식적인 캡 프로핏 모델의 구현이다.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기술과 공익의 균형을 위해 다음과 같은 기반이 필요하다.

• 합리적인 수익 상한선 설계

• 투명한 투자·배분 내역 공개

• 비영리·공익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이제 한국에서도 질문해야 한다. 기술은 누구의 편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AI, 바이오, 그리고 사회적 가치. 지속가능한 혁신과 공익의 새로운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


기술이 누구의 편이어야 하는지를 묻는 시대, 캡 프로핏이 답할 수 있을까?



#오픈AI

#캡프로핏

#공익과기술

#기술윤리

#사회적가치

#AI철학

#기술과사람

#지속가능한미래

#윤리적기술

#가치있는선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교보다 배움, 팔로워보다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