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처럼 흐르는 하루

— 새벽 공부, 사랑이와의 산책, 그리고 고양이들

by 이천우

“사랑이와 고양이들, 그리고 나의 느린 하루”

새벽 5시 반쯤. 알람은 없지만 자연스레 눈이 떠진다. 잠에서 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 한 컵 마시기. 몸속 어딘가에서 깨어나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책상 앞에 앉는다. 세상이 아직 고요할 때, 나의 하루는 먼저 천천히 시작된다.

이른 아침의 집중력은 특별하다. 머리는 맑고, 마음은 투명하다. 요즘 나는 AI의 새로운 기능들을 익히고, 궁금한 것을 묻고, 자료를 정리하며 공부한다. 브런치 스토리에 올리는 글도 이 시간에 잉크처럼 흘러나온다.


젊은 날엔 미처 몰랐던 공부의 즐거움. 지금이기에 가능한 배움. 조금 늦게 시작됐지만, 이제야 비로소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이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지만 감사한 일상의 시작. 늘 같지만, 매번 고마운 하루.


공부를 마치면 두유에 초유를 타서 마신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 맛이 내 안에 오늘을 데려온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나는 ‘사랑이’와 함께 웅산으로 향한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발걸음은 늘 새롭다. 자연은 결코 같은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늘도 우리는 말없이 걷는다. 서로를 느끼며, 풍경을 바라보며. 말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웅산 기슭의 목재문화체험장, 그리고 고개 넘어 광석골쉼터. 그곳에는 내가 매일 찾아가는 이웃들이 있다. 길고양이들이다. 그들에게 밥을 주고, 조용히 눈을 맞춘다. 야옹— 인사를 건네는 고양이들. 그 작은 몸짓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 짓는다. 잠시지만 충분한, 마음을 데우는 만남이다.



고양이들과 작별을 고한 후, 우리는 임도를 오른다. 웅산의 중턱 즈음, ‘사랑이’는 묵묵히 내 곁을 지킨다. 나는 때때로 걸음을 멈추고, 나무와 바람을 바라본다. 그 순간은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전해주는 시간이다.


임도는 조용하다. 사람의 말보다 나무와 풀, 바람이 더 자주 말을 건다. 나는 그 속에서 천천히 걷고, 천천히 생각한다. 아무 말 없이 걷지만, 내 안의 말들은 그제야 정리되기 시작한다. 마음엔 바람이 들어 한결 가볍고, 하루는 제 무늬를 따라 조용히 흐른다.

이렇게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고요한 새벽의 공부, ‘사랑이’와의 산책, 들고양이들과의 짧은 인사, 그리고 임도에서의 사색. 느리지만 충실한 하루. 그 하루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나를 향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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