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캐릭터 굿즈의 힘
가끔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왜 작은 인형 하나,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머그컵 하나에 웃고, 설레고, 위로받을까. 그건 어쩌면 ‘소비’가 아니라 ‘감정’이기 때문 아닐까. 요즘 소비는 바뀌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지갑을 연다. 그리고 그 안엔 기술이 있고, 스토리가 있고, 무엇보다 마음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디지털 경제'라는 이름을 가진다. 하지만 그건 단지 숫자와 기술의 세계가 아니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같은 기술들은 이제 인간의 욕망과 감정, 연결을 읽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소비는 ‘필요’가 아니라 ‘자기표현’이 된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 팝 캐릭터 굿즈가 있다. BTS가 만든 BT21, 트와이스의 트윙클, 마블의 슈퍼히어로들. 그들은 상품이지만 동시에 기호이고, 취향이고, 누군가에겐 인생의 한 시절을 증명하는 징표다. 누구는 키링 하나에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담고, 누구는 스티커 하나에 혼자 버텼던 청춘을 담는다.
통계는 감정을 숫자로 바꾸는 도구다. 2023년, 한국의 팝 캐릭터 굿즈 시장은 1조 원을 넘었고, 전년 대비 15%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감정이, 취향이, 콘텐츠로 구조화된 소비의 언어다. 그리고 이 흐름의 중심에는 IP, 즉 지식재산권이 있다. 사람들은 캐릭터를 사랑하고, 기업은 그 사랑을 설계한다. IP는 단순히 법적 권리가 아니다. 그건 콘텐츠의 씨앗이고, 감정의 틀이다. 기업은 그것을 지키고, 확장하고, 다시 사랑하게 만든다. BT21이 그러했고, 라인프렌즈가 그러했고, 네이버 웹툰의 세계관이 그러했다.
기업들은 이제 알고 있다. 좋은 제품이 아니라 좋은 서사를 팔아야 한다는 것을. 네이버는 웹툰 속 캐릭터를 굿즈로 만들어 일상의 일부로 만들고, 카카오는 금융과 메시지 속에 캐릭터를 녹여 일상과 감정을 연결한다. SM엔터는 VR·AR로 굿즈를 체험하게 만들고, 라인프렌즈는 전 세계를 무대로 캐릭터를 확장해 간다. 이 모든 전략의 핵심은 ‘IP’다. IP는 브랜드이고, 세계관이고, 감정의 열쇠다. 지키고(보호), 넓히고(라이선스), 함께 만들고(협업), 대응하고(법적 방어)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다.
내가 좋아한 캐릭터 하나가 내 방 모퉁이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어느 여름날 힘들었던 나를 위로해 준 그 얼굴이 아직도 따뜻하다. 그 굿즈는 단지 상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기억의 일부였다. 이제 소비는 물건을 사는 일이 아니다. 그건 마음을 사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AI가 읽고, 기업이 설계하고, 우리는 담는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내 지갑을 연다. 누군가의 목소리, 누군가의 눈빛, 나의 추억이 담긴 작은 캐릭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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