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 기슭의 개구리울음이 데려간 곳, 그리운 섬뜰의 논둑.”
새벽 공기를 가르며 웅산을 오른다. 기슭 아래 소류지에서 개구리울음이 들려온다. 맑고 단단한 소리다. 그 울음이 나를 데려간다. 먼 날, 내 고향 섬뜰의 논둑.
초여름의 밤이면 들판은 살아 있었다. 개구리들이 앞다투어 울었다. 대지는 그 소리로 숨 쉬었다. 나는 그 울음 속에서 자랐다. 가슴은 별일도 없이 뛰었다. 설렘이었다. 어쩌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이었다.
논둑엔 떡개구리가 있었다. 은빛 등에 검은 점이 박힌 녀석. 크고 느릿한 몸으로 논두렁을 기웃거렸다. 논두렁에 심어놓은 콩이 움을 틔우며 올라오면, 떡개구리는 어느새 다가와 그 연한 떡잎을 덥석 물고 삼켰다. 그 어린잎들은 개구리에게 더없이 훌륭한 식량이었을 터.
해가 기울 무렵, 논두렁이 노랗게 익어가던 때였다. 떡개구리 하나가 또르르 굴러 나오듯 풀숲을 빠져나왔다. 둥근 몸에 은빛 비늘 같은 등이 햇살을 튕겨냈다. 검은 점이 도드라졌다. 제법 무게감 있는 몸뚱이가 풀잎을 눌렀고, 두 다리가 쿵 하고 튕겨 오를 때마다 젖은 흙이 살짝 들썩였다.
콩잎이 파랗게 펴 있는 논두렁 사이를 가로질러 떡개구리는 몇 번이고 방향을 틀었다. 뒤따르던 아이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멈칫, 고개를 낮추었다가 다시 훌쩍 뛰었다. 짧은 순간, 물방울 같은 울음이 튀었다.
아이들은 나뭇가지를 들고 뒤를 쫓았다. 뛰고, 숨고, 웃고, 흙탕물에 자빠지며 한나절을 보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울음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 떡개구리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곳 웅산의 기슭에서도 나는 그 울음을 듣는다. 떡개구리인지, 다른 종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 목소리는 어쩐지 익숙하다. 나를 멈춰 세우고, 오래전 흙냄새 속으로 데려간다.
울음은 짐승의 소리였고, 때로는 말 잃은 이의 마음이었다. 개골개골. 그 여름의 숨결이 지금도 내 안에서 조용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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