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말랑해진 날, 우리들의 만남

세월에 익은 중년들

by 이천우




47년의 시간을 건너도, 함께한 순간은 마음을 여전히 따뜻하게 만든다. 그날
우리는
서로를 다시 안았다.


세월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었습니다.


2025년 6월 14일 토요일 오후 5시. 동대구역 앞에서 여섯 명의 얼굴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OCS 68차 영남동기회’라는 이름 아래 부산, 창원, 대구에서 모인 동기들. 그리고 동촌유원지 마루막창 앞에서 마지막 한 명이 합류하며, 우리는 일곱 명이 되어 그날의 자리를 완성했습니다. 47년 전, 땀 냄새가 배어있던 후보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마음에 각인된 얼굴들이었습니다.

1. 고기보다 더 맛있던 건 사람의 온기였습니다


마루막창에 도착하자, 고소한 향보다 더 짙게 퍼진 건 사람 냄새였습니다. 구워지는 고기 소리와 함께 떠오른 그 시절. 훈련소에서의 구령 소리, 함께 한밤 별을 보며 나눈 이야기들, 서로를 믿고 버텼던 청춘의 한 조각들이 조심스레 식탁 위로 피어올랐습니다.


2. 기억은 흐려져도 정은 선명합니다


누군가는 어제처럼 생생히 떠올렸고, 누군가는 희미했던 기억을 친구의 농담 한마디에 되찾았습니다. “모두들 얼굴이 세월에 익어서 그렇지 똑같아”라는 말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해군장교 시절의 사진을 꺼내 보여준 이OO 동기의 말에, 우린 지금의 모습보다 그때의 눈빛에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3. 대구의 저녁, 막창과 함께한 감성의 온도


마루막창의 진한 고소함, 소맥의 부드러움, 그리고 삼지구엽초주 특유의 쌉싸름하면서도 아늑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습니다. 대구의 여름 저녁은 그렇게 천천히 깊어졌습니다. 음식은 배를, 대화는 마음을 채웠습니다. 이어진 2차 노래방에서는 익숙한 노래들이 청춘의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고, 노래 하나마다 서로의 이야기가 녹아 있었습니다.




다음 만남을 약속하며, 오늘은 기억 속에 묻어둡니다


시간이 허락지 않아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오래도록 데워졌습니다. 다음엔 부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나누며 우리는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 날의 만남이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차곡차곡 쌓이리란 걸 알기에, 마음이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우리를 지금 이 자리로 불러낸 건, 그저 ‘기억’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이었음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OCS68차영남동기회 #추억소환 #대구모임 #마루막창 #감성글 #동기모임 #일상기록 #따뜻한하루 #중년의우정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