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소리에는 의미가 있다
새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면, 숲이 말을 건넨다
이른 아침, 숲은 이미 깨어 있습니다.
장닭의 우렁찬 "꼬끼오"가 어둠을 깨우고, 멀리서 뻐꾸기의 "뻐꾹뻐꾹"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집니다.
직박구리는 경쾌한 "삑삑삑"으로 봄을 알리고, 꾀꼬리는 "꾀꼴꾀꼴" 맑은 소리로 숲을 물들입니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생각합니다.
저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자연이 만든 언어는 아닐까 하고요.
본능, 학습, 그리고 환경이 만든 자연의 교향곡
새들은 태어날 때부터 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장닭의 "꼬끼오", 뻐꾸기의 "뻐꾹뻐꾹"은 그렇게 본능에서 비롯된 첫 목소리죠.
하지만 울음소리는 자라면서 더 정교해집니다.
어린 새는 어미 새의 소리를 따라 하며 언어를 배우듯 울음을 익히고,
주변의 소리, 날씨, 계절, 나무와 바람을 기억하며,
그들만의 울음을 완성해 갑니다.
마치 우리도 누군가의 말을 따라 배우고, 상황에 맞게 말하는 법을 익히는 것처럼요.
울음소리에는 의미가 있다
장닭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뻐꾸기는 영역을 선언합니다.
까마귀는 위험을 알릴 때 "까악까악" 울고,
박새는 "찌찌찌" 하며 서로 간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까치는 "까악깍", 참새는 "짹짹짹" 하며 무리의 위치를 알리고,
소쩍새와 꾀꼬리는 계절의 낭만을 노래합니다.
여름밤의 정취, 봄의 생동감이 울음소리에 녹아 있습니다.
소리는 단순한 울음이 아닌 삶의 언어이자 자연의 시인 셈이죠.
웅산에서 듣는 새들의 사계절
내가 매일 오르는 웅산에서도
이 모든 새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봄에는 뻐꾸기, 직박구리, 꾀꼬리가 숲을 깨우고,
여름밤이면 소쩍새가 "소쩍소쩍" 운 뒤
곤충들이 조용히 밤을 장식합니다.
가을에는 까마귀와 까치가 더욱 깊은 울음으로 숲을 채우고,
풀숲에서는 벌레들이 조용히 속삭입니다.
겨울이 되면 숲은 조용해지지만,
까마귀, 박새, 참새는 여전히 부지런히 대화 중입니다.
그 소리는 계절의 숨결이자,
이 산을 살아가는 생명들의 일상 기록입니다.
자연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시간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멈춰 서게 됩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마도 새들의 울음소리가
내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렸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말없이 듣는 동안,
새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바람은 나뭇잎에 귀띔을 남기고 갑니다.
소리 없는 숲이,
사실은 수많은 대화로 가득하다는 걸
그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웅산의 숲길에서, 나도 하나의 생명이 됩니다
자연은 언제나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필요한 건
크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마음을 여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오늘, 잠시 귀를 기울여 보세요.
웅산의 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