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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나를 되찾는 여정이었다

정년 이후, 삶에 다시 불을 지핀 작은 물음들

by 이천우

질문은 나를 되찾는 여정이었다


정년 이후, 삶에 다시 불을 지핀 작은 물음들

물 한 잔을 마실 때조차 문득 생각에 잠깁니다.

‘왜 목이 마를까?’
‘이 물은 어디서 온 걸까?’

지극히 평범한 순간이지만, 그 안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사유의 흐름이 숨어 있습니다. 이 물은 어쩌면 어제의 구름이었고, 언젠가 빗방울이었으며, 강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질문은 그렇게, 존재의 흔적을 따라

흐릅니다.

질문은 곧 삶입니다.
삶이란 질문으로 이루어진 여정이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본능적인 몸짓이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작은 떨림입니다. 질문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씨앗입니다.

아이들은 자꾸만 "왜?"라고 묻습니다. 그 끊임없는 물음이 아이를 세상으로 이끌고, 배움의 문을 열어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질문을 주저하게 됩니다. 사회는 정답을 요구하고, 질문보다는 순응을

권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진정한 지혜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데서 비롯됩니다.
고정된 답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 용기 속에 진보가 있습니다.


질문이 다시 살아난 순간

정년퇴직 후, 나는 침묵에 가까운 평온 속에 머물렀습니다. 매일 출근하던 일상이 사라지고, 마치 고삐 풀린 자유를 얻은 듯했지만, 그 자유는 방향을 잃은 방랑에 가까웠습니다. 삶의 리듬은 깨졌고, 마음 한편에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했습니다.

그 시기에 나는 문득 결심했습니다.
‘책을 써보자.’
전공 분야에 대한 책을 집필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붙잡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질문이 내 안에서 조용히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 주제를 지금 다시 다뤄야 할까?’
‘내가 정말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이론은 지금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나의 질문은 과거의 나를 불러왔습니다.
국립창원대학교에서 첫 강의를 준비하며 떨리던 순간,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올랐습니다. 질문은 꺼져가던 내 삶에 다시 불을 지폈고, 글쓰기는 나를 되찾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질문은 나를 다시 살게 했다

AI를 공부하면서, 나는 질문의 가치를 더욱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사고하고 학습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질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어떤 데이터를 쓸지 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질문이니까요.

이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내 삶에도 적용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가?’
이 모든 방향은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 나는 어디서든 질문하는 자세로 살아가려 합니다. 길을 걷다 멈춰 서고,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며, 사람을 만나고 돌아서며,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질문 하나가 삶의 좌표를 다시 확인하게 합니다.

질문은 내 삶의 나침반이자, 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묻는다

질문 없는 삶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더 편안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평온은 침묵과도 같습니다.
나는 말합니다.

질문은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질문은 우리를 다시 살아 있게 합니다.
그리고 질문하는 삶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듭니다.

정년을 지나며, AI와 글쓰기를 통해 다시 만난 나의 질문들.
그것들은 단지 생각의 시작이 아니라,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작은 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질문하는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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