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공지능(AI)은 정해진 질문에 답하거나, 미리 짜인 스크립트를 반복하는, 말 그대로 '보조'의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너머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AI는 점차 사용자의 의도를 스스로 해석하고, 주어진 맥락 속에서 판단하며, 때로는 협업까지 감행하는 존재로 바뀌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25년 5월 7일 자 기사에서 이 흐름을 "보조(co-pilot)에서 자율 실행(autopilot)으로"라 명명한 것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선 변화, 곧 인간과 일의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가리킵니다.
Agentic AI. 이 단어는 단순히 똑똑한 기계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정보 제공이나 응답을 넘어,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상황을 해석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적 존재. 이들은 더 이상 인간의 세세한 지시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자연어라는 우리의 일상 언어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행 계획을 수립하며 작업을 수행합니다. 때로는 여러 AI가 협업하여 복잡한 문제를 함께 풀어내기도 하지요. 이는 AI가 단순 자동화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자율적 시스템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AI는 어느새 우리 주변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은 고객 응대 앱 MyVW에 Google Gemini 기반의 AI 가상 비서를 적용해, 차량 관련 질문에 실시간으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고객 응대 시간이 최대 30% 줄었다고 합니다. 코딩 분야의 변화도 뚜렷합니다. Lenovo는 AI의 도움으로 개발 속도와 코드 품질을 10% 이상 향상시켰으며, 이제는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자연어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마케팅의 영역에서는 Antavo가 AI를 통해 브랜드 맞춤형 로열티 프로그램을 자동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전략을 제안합니다. HR에서도 회의 일정 조정, 이직 가능성 예측, 교육 필요도 분석 등 AI의 손길이 닿는 곳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Philips의 IntelliVue Guardian 시스템이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을 조기에 감지해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물류와 제조업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FedEx, Uber, Volvo가 함께 자율주행 트럭을 시험 운행 중이며, 공장에서는 AI가 품질 검사와 장비 유지보수를 보다 정밀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FT가 분석한 167개 기업의 사례에 따르면,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는 최대 30%의 시간 절약, 내부 업무에서는 최대 90%의 효율 향상, 마케팅에서는 최대 21%의 매출 증가가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때보다는, 인간과 AI가 함께 협업할 때 그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사실입니다. 신입 직원의 경우, AI와의 협업을 통해 빠르게 실력을 키워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 흐름 속에서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AI 에이전트는 자율성 5단계 중 2~3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복잡하거나 예상 밖의 상황에서는 인간의 개입이 불가피합니다. 신뢰성, 데이터 품질, 보안, 윤리적 책임 등 기술 외적 과제들도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금융처럼 고도의 신뢰를 요하는 영역에서는 인간의 판단이 여전히 결정적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는, 기술의 화려함보다는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회의록 요약, 이메일 작성, 일정 조정 등 반복적이지만 필수적인 업무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고, 점차 복잡한 과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인간의 대체자가 아니라, 역량을 확장하고 보완해 주는 동반자로 인식하는 태도입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들이 하나의 유기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기업 내외부에서 서로 협업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마케팅, 포인트 적립, 재고 관리 등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AI들이 데이터를 공유하며, 마치 인간의 팀처럼 함께 일하게 될 그날. 이는 기존의 ERP나 SaaS 시스템조차 대체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결국 AI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우리 삶과 문제 해결에 '잘' 연결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자율형 AI는 학습을 거듭하며 진화하는 존재이기에, 이를 먼저 받아들이고 활용한 개인과 조직이 복리처럼 경쟁력을 쌓아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AI가 일의 본질을 다시 쓰는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과도한 환상보다는, 사려 깊은 태도로 우리 현실에 맞는 '활용의 지혜'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에이전트형 AI는 결국, 인간의 가능성을 더 멀리까지 확장시키기 위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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