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어떤 관계인가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 주는 존재

by 이천우

부부는 어떤 관계인가



부부는 함께 웃고 울 수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존재



세상의 모든 부부는 각기 다른 사연으로 만난다. 어떤 인연은 우연처럼 다가오고, 어떤 만남은 긴 시간의 기다림 끝에 이뤄진다. 그러니 부부라는 관계를 하나의 정의로 묶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도 좀 복잡했다. 학창 시절, 대학 캠퍼스에서 친한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학생과 연애를 하다가, 해군장교로 입대하여 몇 번의 고비를 넘긴 후, 결혼에 이르렀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어느덧 45년, 우리는 맞벌이 부부로 일하다 함께 정년을 맞았고, 지금은 함께 70대로 노년을 살아가고 있다.

삶이란 끝없는 상실의 연속이라 했던가. 자녀 셋을 낳았지만, 아들은 태어나자 곧 하늘의 별이 되었고, 그 슬픔은 우리 부부에게 말로 옮길 수 없는 무게로 남았다. 그 뒤로도 우리는 갖가지 곤란을 겪어야 했으며, 때로는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때로는 격하게 다투기도 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함께 손을 맞잡고 딸 둘을 전문직으로 길러냈으며, 이제는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사이 양가 부모님도 모두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우리 둘만이 조용한 아침과 저녁을 함께 맞이하고 있다.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부부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사랑만으로 지속되지는 않았다. 빅터 프랑클은 말했다. "사람은 삶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견딜 수 있다." 부부란 어쩌면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존재다. 사소한 습관, 나직한 배려, 각자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 속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왔다.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나란히 서서 걷는 법을 익히며. 때로는 친구 같았고, 때로는 낯선 타인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언제나 다시 마주 앉게 되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부의 또 다른 정의 아닐까.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 했지만,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오래 함께한 타인은, 삶의 거울이자 증인이다. 살아오면서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었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함께 견디는 시간은 우리 사이에 말 없는 유대를 만들었다. 감정보다 더 깊고, 말보다 더 오래가는 신뢰로. 그것은 세월이 선물한 관계의 결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서로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말없이 침묵으로 시간을 건너기도 한다. 그렇다고 상대를 바꾸려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려 애쓰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 속에서 오래된 평온이 유지된다. 니체는 말했다. "진정한 사랑은 변화가 아닌, 함께 성장하려는 의지다." 우리도 그렇게, 상대를 바꾸기보다 함께 나이 들어가기를 소망하며 살아왔다.


결국 부부란, 함께 살아내는 사람이다. 사랑으로 시작되었지만, 살아내며 깊어진 관계로. 수많은 계절을 지나며 서로를 다듬고, 지키고, 때로는 놓아주며 여기까지 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물을 수밖에 없다. 부부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함께 물으며 살아가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매일 같은 사람과 아침을 맞고, 다음 날에도 곁에 머물기를 선택하는 일. 그것이 부부라는 이름의 본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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