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을 정하기 전에 알아야 것들

우리는 어떤 조직인가

by 나우naw

개인 OKR을 설정하자는 회사의 공지가 있었습니다.

문득 '내가 혼자의 힘만으로 어떤 걸 달성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동료의 공수나 도움이 필요한 것들도 있었기 때문인데요.


"개인 성과"를 따로 떼어서 측정한다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이걸 어떻게 보고 있는지 찾아봤는데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조직 문화에 따라서 OKR을 활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요.

조직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알파기업과 베타기업


저자 닐스 플래깅의 책 Un-Leadership에서는

조직 문화에 따라 알파기업과 베타기업으로 나눠 정의했습니다.

토스, spotify, netflix, google은 베타기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파기업

– 직원들에게 성과와 노동을 강요한다

– 활동과 행위를 통제하고, 규정과 지시에 매달린다

– 위계질서, 관료주의

– 리더십은 소수의 전유물

– 권위는 지위와 신분의 상징으로 생겨난다

– 인사고과는 좋은 것이고 필요하다

– 개인의 성과는 평가할 수 있다

– 기업은 외형이 중요하다

– 회사가 클수록 좋다


베타기업

– 성과를 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동기를 부여한다

– 사람은 원칙만 주어지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네트워크 구조, 기업가 정신 / 비공식적 네트워크

– 리더십은 누구나 발휘해야 하는 것

– 권위는 능력, 경험, 태도, 역량에서 나온다

– 인사고과는 가부장 시대의 유산이므로 거부한다

– 개인의 성과는 평가할 수 없다

– 평균을 능가하는 품질과 수익성이 중요하다

– 절대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이 중에 제가 흥미로웠던 건 "개인의 성과는 평가할 수 없다" 라는 관점이에요.





개인의 성과는 왜 평가할 수 없다는 건가


개인이 성과를 달성했다고 칩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 시스템과 환경이 만들어놓는 구조 덕분에 개인이 수행한 거지, 개인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라는 관점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업사원이 매출 1위를 했다고 해도, 그게 정말 '그 사람'이 잘한 걸까요?

좋은 거래처를 배정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마케팅팀이 리드를 잘 넘겨줬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제품이 시장에 맞았기 때문일 수도 있죠.


그럼 그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그 사람은 잘했으니까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기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돼요. 그 사람이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권한을 준 조직이 있었고, 피드백을 준 동료가 있었고, 실험할 여유를 허용한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순수하게 "이 사람만의 성과"를 분리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그래서 평가를 아예 안 하자는 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평가(Evaluation) — 점수 매기고, 등급 나누고, 줄 세우는 것. 이건 지양

인정(Recognition) — "이 사람 덕분에 됐다"고 인식하는 것. 이건 오히려 적극 권장


같은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누군가는 만들어진 시스템에 따르게 됩니다.

의지, 판단력, 주도성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죠.


베타기업이 부정하는 건 그 차이 자체가 아니라, 그걸 점수로 환산해서 보상에 연동하는 방식인 거죠.





DRI — 한 사람이 끝까지 책임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라는 개념도 발견했어요.

애플에서 시작해서 토스가 도입한 걸로 유명한 방식입니다.


DRI의 핵심은 단순해요.

특정 업무의 '결정-실행-책임'을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겁니다.


여기서 "한 사람에게 맡긴다"는 게 혼자 다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최선의 결정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되, 최종 결정은 DRI가 내리는 거예요.

그리고 그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팀 전체가 그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구조입니다.



토스 문화 소개 문서에 이런 문장이 있었는데요,

"DRI가 충분한 경청 후 결정을 했다면, 만약 누군가 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따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게 되려면 '신뢰'가 필요합니다.

신뢰를 얻으려면 DRI가 먼저 역량과 열정과 주도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팀원들도 대부분 기능이나 파트에 대해 수직구조가 아니라 한 사람이 모두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게 딱 DRI 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직에게 적용한다면


저희 조직은 베타기업이고 DRI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조직에서 개인 OKR을 정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줄 세우기 도구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베타기업과 DRI의 전제는 '신뢰와 위임'인데,

등급을 매기는 순간 구성원은 주도적으로 결정하기보다

평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니까요.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데 누구는 A등급, 누구는 C등급을 매기는 순간 베타기업의 문화는 깨져버립니다.


대신 이런 방식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팀 OKR 안에서 각자가 기여할 영역을 자발적으로 선언하는 것. 이건 평가가 아닙니다.

"나는 이 팀의 목표를 위해 이 부분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이고, 그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동료의 인정을 얻는 구조입니다.






정리하면



개인 OKR을 정하라는 과제에서 시작해서, 결국 이런 질문에 도달했어요.



- 우리는 알파기업인가, 베타기업인가?

- 우리의 일하는 방식에서 DRI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 개인 OKR이 평가의 도구가 될 것인가, 기여의 선언이 될 것인가?



우리 조직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OKR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참고 자료

- 닐스 플래깅, "Un-Leadership" — 알파기업과 베타기업의 정의

- 토스, "입사 첫 날 만나는 토스 문화 소개 문서" (2018)

- "DRI를 도입하기 위한 필수 요소 3가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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