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운동으로 달리기를 하다 어떤 소리를 들었어. 그것이 진짜 소리인지, 아니면 내 마음의 빚이 소리가 되어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어. 꽤 또렸한 소리였어.
"안산에 한 번 가봐야하지 않겠어?"
지하철을 타고 안산으로 향했어. 416기억 교실은 4호선 고잔동에 있어. 역과 역 사이가 멀어서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더라. 집에서 한 2시간 정도 걸렸나봐. 대야미라는 역쯤 가니까 지하철이 전철이 되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었어. '나의 해방일지'에서 여주인공이 보는 그런 풍경이야. 가는 길이 그래서였을까? 주인공이 느꼈던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더라.
416 기억교실이 그 때의 단원고 교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인지는 몰랐어.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눈물이 쏟아지더라. 사실 좀 서럽게 울었어. 좀 부끄럽기도 했어. 왜 그랬는지 지금 글을 쓰면서도 잘 모르겠어. 학생들의 글을 읽은 것도 당시 상황에 대해 무엇을 확인한 것도 아닌데 교실 여기저기 놓여져 있는 꽃, 사진, 학용품을 보며 눈물이 나더라.
마음을 다잡고 교실을 천천히 둘러보았어. 수많은 아픈 사연, 그리운 사연들이 칠판에, 방명록에 씌여 있더라.
"니나쌤, 벌써 시간이 지나도 여기 이교실은 아직 4월이네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쌤! 저희 다음에 꼭 다시 스승과 제자 사이로 다시 만나요"(2-1반 교실 칠판)
"내 친구 수경아 너무 보고 싶어... 몇년전에 꿈을 꿨었는데 너랑 같은 버스를 타고 놀러가고 있었는데 내려야 하는데 네가 안내리는거야...너랑 같이 내리려했는데 네가 인사만 해주고 나혼자 내리면서 꿈에서 깼어. 꿈에서 깨고나니 눈물이 막 나더라..꿈에서 그토록 보고싶던 네얼굴을 봤는데 왜 꿈에서조차 너와 함께 놀고 시간을 보낼 수 없는지..다음에 꿈에 나올 땐 우리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게 놀자. 보고 싶어 수경아. 다음에 또 올께"(수정이가)
"조성원, 너랑 5반 별이된 친구들과 이해봉쌤이랑 천국으로 수학여행 중이니? 너가 문뜩 그립고 보고싶다. 나는 꿈속에서 이해봉선생님과 고창석 선생님을 만나서 재미있게 이야기도 나눴어. 너도 내꿈속에서라도 한 번 나와줄래? 너를 기억하고 천국에서 좋은 꿈 이루길 내가 기도할께. 사랑해 "(2022년 5월 3일 병호가)
마지막으로 교무실로 갔어. 교무실에서 한 선생님에게 학생이 쓴 편지를 읽으니 2014년 4월 우리반 생각이 나더라.
"쌤~~~!! 저 왔어요!!! 헐 짱 보고싶다 ㅠㅠ. 저는 왜 나이가 들어도 철이 안들죠? 쌤이 없어서 그래요! 참 다행인건 여전히 선생님을 생각하면 비음이 살~짝 섞인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요! 저 기억을 좋죠~! 저그때 남자친구 이후로 벌써 3 번째 남자친구 만나고 있어요 . 지선샘한테 말씀 드렸는데, 참 괜찮다고 하셨어요. 지선쌤이요 저이제 친구 같다고 하셨어요! 쌤도 이제 친구...? ㅎㅎㅎ 진짜 쌤이 이거 읽으시다고 생각하니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저는 취업도 안하고 영어박사가 될런지 1년째 영어공부.... 아마 선생님은 잘하고 있다고 하셨겠죠? 진짜 너무 보고 싶다....
선생님 자선샘이랑 얘기할 때 말이에요 서로 말을 안해도 우리 쌤을 너무 그리워하고 있어요 쌤 다 느끼고 있죠? 저 진짜 공부 열심히 해서 진짜. 보여드릴게요 ! 뭘 말해야 하는지.
뭐가 문제인고 잘못된건지, 맡바닥부터이지만 해볼께요. 그니까 하늘에 있으면 샘 능력 최고아니에요?? 그니까 저 힘 좀 줘요. 아니면 이놈의 한국사회 취업안한다고 눈치 더럽게 주니까 꿈에 나와서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면 진짜 소원이 없겠다!! 제가 원하는 꿈은요 쌤이랑 저랑 지선쌤 집 놀러가서 지선쌤이 만든 호두파이랑 딸기청에이드 먹으면서 수다떨기! 그리고 우리 두 쌤들이 저 최고다 말해주시기! 다 읽으셨으면 꼭 꿈에 나와 주셔야 해요! "야~다설이 너 이럴래 진짜~~ 장난해~~??" 들린다 들려~~ 쌤! 절대 잊지 않아요. 너무 보고 싶은 우리쌤.. 사실 진짜 저는요. 지선쌤이 계셔서 이렇게 행복한데 쌤도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지 생각 많이해요.. 하늘만큼 땅만큼 보고 싶어요!! 그때까지...화이팅!! 지켜봐주셔야해요!"
2014년 2학년 담임을 하면서 너희들을 만났고, 함께 그 세월호의 비극을 tv로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친구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함께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교사로서 나한테 그리고 너희들한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 무엇보다 현재가 행복한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
돌아보니 세월호 사건으로 변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전교육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안전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아. 오늘 안산 기억 교실에게 250명의 학생이 이루지 못한 250개의 꿈을 보면서 현재가 행복하고 각자의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성취한 학생들에게는 교만을, 이루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열등감을 안겨주는 교육에 유감스런 맘이 들었어.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있던 해. 우리 반을 생각해보니 너희들에게 많이 고맙다. 선생님이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들과의 서신교류를 제안했을 때 당연하다는듯이 함께 해주고, 다른 반 친구들도 동참하도록 해주었잖아. 너희들의 선한 마음이 그때 고마웠고 지금 생각해도 고마워. 그래서인지 2014년 2학년 우리반에 대한 느낌이 남달라.
오늘 기억교실안의 그리움과 감사와 미안함을 글들을 읽어보았어. 살아남은 학생, 학부모들에게 우리가 잊지 않고 있다는 것, 우리가 여전히 당신들의 편에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14년 우리반 학생들이 보고싶고 그립더라. 이미 이야기했지만 고맙기도 하고.
우리가 그때 그랬듯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그들의 삶을 기억해주는 사람으로 잘 살아가자. 조만간 다같이 만나 우리의 삶도 보듬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보고싶은 2014년 2학년 3반 친구들 만날 때까지 행복감으로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