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 기말고사가 끝났다. 성적 꼬리표를 들고 A 학생이 찾아왔다. 중간고사 사회문화 시험을 100점 맞은 학생이다.
"선생님 저 기말고사 80점 나와서 2등급이에요."
"왜 그렇지?"
"수시 대학에서 면접을 봐야 하는데 마침 기말고사랑 겹쳤어요. 공결로 면접을 다녀왔어요"
"공결이 인정점수 100% 아닌가?"
"저도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고요."
인정점수 기준을 찾아보았다.
A학생처럼 중간고사 100점을 맞은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단순하게 보자면 100% 인정 결석이면 100*1이다. 다시 100점을 맞는 것이다. 만약 병결로 80% 인정을 받는다면 100*0.8=80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난이도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 저번에는 쉬워서 100점인데, 어려워진 시험도 100점을 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럴싸하다. 그래서 100*0.8*(기말고사 평균점수/중간고사 평균점수)로 계산을 한다. 이 학생의 경우 이렇다. 100점(중간고사 점수)*1(인정비율)*(기말고사 평균(40점)/중간고사 평균(50점)), 다시 말해 100점의 80%가 인정점수다. 기말고사가 평균적으로 20% 어려워졌으니 네 점수도 20% 깎겠다는 것이다.
평균의 함정이다. 평균이 낮아진 이유가 전체가 하락할 수도 있고, 하위 성적의 학생들이 더 하락해서 그럴 수도 있다. 혹, 상위 학생들 중심으로 성적이 하락할수도 있겠다.
경험적 상식은 이렇다. 상위 학생이 하락하면 중 하위도 같이 하락한다. 하위가 하락한다고 상위가 꼭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최상위 학생은 어느 경우든 20점이나 떨어질 정도로 못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것을 고려할 방법이 없는지 모르겠다. 수학교사는 아니지만 분포도를 고려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평균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가장 합리적이어서가 아니고 가장 쉬운 방법이어서 그런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모순이 있다.
이 경우에 왜 기말고사 난이도에 실패했는가?라는 질책이 있을 수 있다. 기말고사를 쉽게 냈다고 다짐할 수 있다. 문제는 고 3 2학기 기말고사에 대부분 학생들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수시 성적은 고 3, 1학기 성적까지만 들어간다. 정시에서 내신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 고 3 2학기 기말고사는 학교 교육과정의 입시종속성의 민낯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정리해보면, 시험을 중간보다 쉽게 냈지만(사실 살짝 민망할정도로 쉽게 냈다) 학생들 대부분이 공부를 하지 않고 시험을 봤으며 그래서 평균이 낮아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기말고사를 초중학교 시험 수준으로 낼 수는 없다. 그래도 교사의 자부심은 평가에 있지 않은가?
학생 입장에서 억울하다. (조)부모상 등 다른 공결처럼 기말고사냐 면접이냐를 선택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제도의 모순 때문에 80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고 3 2학기 교육과정은 식물인간 상태다. 수업은 멈추고 국가 예산 수천억원을 들인 자습지도가 시작된다. 고 3의 학사일정은 대학교의 학사 일정에 맞춰 완전히 무시당한다. 대부분의 고 3이 수능이 끝나자마자 기말고사를 보는 현실을 알텐데도 말이다.
고 3의 2학기 식물인간 교육과정에 대학교는 좋은 학생들만 선발하면 된다는 이기심을 드러낸다. 교육부는 짐짓 모른체 하거나 자포자기한 것 같다. 시민들은 교육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수시-정시 비율에는 그렇게 득달같이 달려들더니, 막상 교육의 중단에는 큰 관심이 없다.
교사들만 의료도구를 빼앗긴 의사마냥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교육과정을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