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크는 것처럼 쉽게 눈에 보인다면......
'엄마, 신발이 작아 이거 줄어든 거 아니야?'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려고 준비하는 아이의 외침에 부지런히 신발장으로 달려가 보았다. 새로 산지 한 계절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작아진 신발이 조금은 버겁게 발에 걸려있었다. 아니 겨우 끼워져서 힘들어하고 있었다고 해야겠다.
'아빠가 지난번에 사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작아졌나 봐. 다른 신발 신으면 어때?'
'이 옷엔 이게 어울려서 신고 싶은데...... 알겠어요.'
마음에 드는 신발을 신지 못해서 어깨가 축 처져서 뒤돌아서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기운 내라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우리 딸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니까 그런 거지 크느라고 애쓰네, 아빠한테 새 신발 사러 가자고 얘기해보자. 조심히 잘 다녀와.'
새 신발 이야기에 아주 싫지는 않은 모양인지 조금은 미소를 보이는 딸아이. 그래도 아직 표정이 다 펴지지 않은 아이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옷 스타일에 맞는 신발이라니 어린 시절 나를 꼭 닮은 모습에 그냥 웃음이 났다.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더라.
큰아이와의 일로 나의 어릴 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옷 색상에 맞추어 신발을 골라 신던 5살 유치원생이 생각이 났다. 5살에 7살 아이들과 유치원에 다니면서 나이보다 더 큰 아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5살 아이로 보였을 테지. 7살인 우리 큰 딸도 어릴 때의 나와 비슷하게 자기를 더 큰 아이처럼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브루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큰 아이가 4살 때쯤 책으로 먼저 만났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질문으로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면서 창의력, 사고력 확장을 할 수 있고, 인성교육까지 가능하다니. 그런데 그것을 생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아이에게 질문을 하기는 했었다.
'어린이집에서 뭐 배웠어?'
개방형 질문을 하라고 해서 나름 고민해서 한 질문이었다. 아이의 대답은? 없었다. 이렇게 묵묵부답으로 몇 번 반복되다 보니 하브루타는 우리 집에서 사라졌었다.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부모 교육이 있었다. 6-7세 반 커리큘럼에 하브루타 '네 생각은 어때?'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집으로 보내오는 유인물과 교구를 제대로 활용하고 싶어서 어린이집에 요청했다.
'분명히 어린이집에서 오는 유인물 안보고 그대로 분리수거 되는 집들이 있을텐데, 이번기회에 잘 알고 활용하게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나 같은 엄마가 많지는 않았나 보다.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이야기해보고 요청이 있으면 부모교육을 오픈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사하게도 머지않아 하브루타 부모교육이 열리게 되었다.
큰아이가 7살이 되고 다시 한번 하브루타를 만나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도 크고 엄마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 나이 7살이 되고 아이가 셋이 된 상황에서 만난 하브루타는 더 알고 싶은 친구였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서 좋은 부모, 육아, 교육, 심리에 대한 책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했던 교육관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부모교육을 듣고 나서 그 자리에 모인 엄마들과 하브루타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덜컥 모임까지 만들었는데 정작 하브루타 모임을 진행할 사람이 없었다. 하브루타를 잘 알고 싶었다. 부모교육에 오셨던 강사님이 하브루타 자격증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을 때 배워서 내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긴 시간 교육이어서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지만 비용도 문제였다. 세 자녀 키우면서 외벌이로 산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담아 저녁에 만난 신랑에게 하브루타에 대해 설명을 했다. 설명을 듣고 난 신랑은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 발이 크는 것은 신발을 보면 알지만, 생각이 크는 것은 모르잖아. 하브루타로 얘기하다 보면 아이들의 생각의 크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이 잘 배워서 우리 가정에 잘 적용해줘요.'
그러면서 선 듯 몇 십만 원의 자격증 공부 비용을 보내주는 것이 아닌가. 하루 8시간, 4회의 교육에도 아이들은 자기가 보겠다고 다녀오라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신랑의 노력과 자격증 비용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실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가정에는 질문으로 대화하는 하브루타가 잘 자리 잡았고, 나는 실생활에서 적용하는 하브루타를 강의하는 강사가 되었다.
아이들의 생각을 자로 재듯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하브루타로 대화하면서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다. 하브루타를 실천하면서 아이들의 생각뿐 아니라 배우자의 생각, 그리고 나의 생각까지도 잘 이해하게 된 것은 덤이라고 해야 할까?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질문으로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질문이 이어지는 하브루타는 우리 집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가 풍성해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받고 있으니 자격증 비용은 한참 전에 뽑았다.
SNS에 하브루타에 관한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할 때면 하브루타를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브루타를 잘 실천하려면 어떤방법들이 있을까? 앞으로의 글 들 속에서 그 방법을 찾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