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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한조각 Apr 15. 2021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다른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부터.



'여보, 우리 동네에 핫도그 가게 생기면 잘될 거 같지 않아?

아니면 즉석떡볶이 같은 거는 어떨까?'

'아니, 먹는장사는 힘들지.'


'여보, 그러면 무인 냉동식품 판매점은 어때?

'그거는 많이 훔쳐갈거같은데, 그리고 이 동네 월세가 비싸서 안될 거 같아.'


'여보, 그럼 토스트 가게는 어떨까?'

'그거 체인점 가맹비 은근히 비싸다던데.

그리고 하루 종일 가게에 있어야 하잖아.'


'여보, 온라인 쇼핑몰은 어때? 당신이 나보다 쇼핑하는 것 더 좋아하니까 한번 살펴볼래?

'나는 근데 이런 거 별로 재미가 없어.'


'여보, 그럼 다른 생각 있어?'

'...... 나도 답답해.

그런데 그런 줄 알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는 내가 더 답답하네.

그러면서도 옆에서 뭐라고 하면

더 하기 싫은 이 마음을 당신은 알까?'


무엇인가 시도해야 하는 것은 알면서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치 자판기 앞에 서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아이처럼

신랑은 목이 마르긴 하는데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옆에서 권하는 것은 다 싫다고 하면서도

정작 고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듣기 싫다는데,
내가 하는 얘기가 힘들게 한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이 셋 외벌이 가장의 무게가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한다고 알 수 있겠냐마는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많이 스트레스받으며

하루하루를 살 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 몸이 아픈 상황에서

당장 나가 일할 수도 없는 상황인 나는

이런저런 것을 권하기 전에

그저, 내 삶이라도 열심히 성실히 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삶에서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 셋 키우며 집안일하면서도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옆에서 본다면

백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싶었다.


'여보, 나 오늘 블로그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랑 얘기를 했는데,  나랑 나이가 같은데 정부지원사업으로 해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기로 되었데, 대단한 거 같아. 만나서 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어. '

'응? 그래? 어떤 건데? 더 얘기해봐.'


어쩐지 관심을 갖는 모습이었다.

어떤 사업인지 이야기를 했더니 사업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 관심을 보였을 때 얼른 들이밀어야지. 낯가리는 내 성격이 별거냐, 대표님께 연락을 하고 바로 그다음 주에 사업설명을 듣기로 했다.


약속까지 잡았는데, 그 날 되어서 안 가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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