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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한조각 Dec 04. 2020

이상한 7동 아줌마

나 걔랑 친구야. 

170센티미터 정도의 키, 단발머리를 항상 질끈 묶고 있음. 

옷차림은 언제나 운동화에 트레이닝복 차림. 

맨얼굴. 액세서리는 스마트밴드. 




그 아줌마의 인상착의이다. 아이는 셋이라는데 아이들 등원시키고 뭐가 바쁜지 버스를 향해 뛰고 있다. 

매일 무엇인가 스케줄이 있는 것 같은데 동네 아줌마들 모임에는 잘 나오지 않아서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다. 

도서관에서 봉사하고 있거나 수업하는 모습이 가끔 보이기는 하는데, 뭐하는 아줌마 일까?

나랑 접점이 없으니 이야기해볼 기회가 없네. 7동에 사는 거 같던데 궁금하네......


그 아줌마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옆 집에 사는 미영이. 미영이는 아이가 셋이고 육아 휴직 중인데 도서관에도 자주 가고 중국어 과외도 받고 동네에서 하브루타 동아리도 하고 아주 열심히 산다. 그 친구에게 말을 건네보았다. 



"미영아 너 진짜 열심히 산다. 나 얼마 전에 너랑 비슷한 사람 봤어. 그 사람 보니까 너 생각나더라?"

"누군데, 나처럼 이쁘게 생겼어?"

"얘가 무슨 소리하는 거야, 아니 되게 열심히 사는 사람 있어서 너 생각나더라고. 7동살고  너처럼 아이 셋이고 키 큰 아줌만데...."

"아~~~~!! 민이 말하는 거야? 키 크고 맨날 운동복 입고 뛰어다니고 애들 다 이 앞에 어린이집 다니는 그 사람 맞아?"

"어 맞어맞어. 나 어린이집 보내는 거 봤어."

"나 걔랑 친구야."





하브루타 독서모임 하는 날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면서 미영이가 이야기해줬다. 자기는 너랑 같은 과가 아닌데 그렇게 이야기했다면서 말이다. 


나는 그런 존재로 보이나 보다. 열정의 아이콘이라고 이야기해주시니 감사해야 할까? 내가 어떤 모습으로 다녔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매일 운동복 차림으로 다녔던가? 그렇게 뛰어다니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래 보였나?  그저 아이들 키우는데 도움되는 것들 배우러 다니느라 동네 놀이터에 앉아 있을 시간이 많지 않을 뿐이고,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낼 수 없으니 계단으로 다니고 이동할 때 조금 빨리 움직이는 것뿐인데 말이다. 


아이 셋 키우면서 내가 무엇을 배우는데 큰돈을 들이기 어려우니 배울 때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고 강사의 수준이 어느 정도 개런티 되는 프로그램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시립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이고, 차가 없으니 버스 타려고 뛰어다니는 것인데 말이다. 어차피 뛸 거 이동하면서 뛰면 시간도 절약되지 않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간편한 옷차림은 필수, 화장은 사치. 선크림 하나면 ok.

연년생 아이들 셋을 학원을 보내려고 생각해보면, 영어학원 하나씩만 보내더라도 한 달에 66만 원, 거기에 체육이나 미술 등의 예체능 학원 하나씩 추가하면 36만 원, 

수학이나 과학 하나씩 더 보내면 45만 원으로 합이 147만 원. 

오가는 길에 간식도 사 먹고 하면 가만히 앉아있어도 아이들 학원비로만 150을 지출해야 한다니.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이 어릴 때 곁에 있어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돈 앞에서 흔들리는 내 모습은, 폭풍 앞에 놓여있는 촛불과 다를 바 없었다. 

아이들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엄마가 아닌가? 내 아이의 전문가는 바로 엄마라고 생각한다. 엄마만큼 아이의 성격, 식성, 잠버릇 등 학원 선생님은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의 모든 것을 학원에서 배워오기를 바라며 외주를 준다면, 비용 대비 결과는? 과연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배우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잘 알려주기 위해. 

그러면서 성장한다. 나도 아이들도. 


물론, 내 힘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피아노, 첼로, 오카리나 등 악기를 배우는 것, 합기도, 축구 등 운동에 대한 것이다. 이런 것들은 훌륭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막내가 6살이 되고 학원을 좀 보내볼까 싶어 체육관 몇 군데를 갔었는데, 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체육관 다녀오면 밥 먹고 바로 자야 해서 놀 시간이 없다나. 


결국엔 예체능도 집에서 하기로 했다. 아빠가 체대 나오고 엄마도 거의 체육인과 다름없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집에서는 악기보다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취향을 가지게 도와주는 것,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자전거나 줄넘기, 공주고 받기 등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재미를 알게 하는 활동을 하고 주말에는 가족 다 함께 자전거, 등산, 캐치볼, 축구 등을 하면서 아빠의 취미도 살리고 아이들 건강도 챙기고 있다. 신랑이 생활체육 자격증 공부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은근슬쩍 등 떠밀기까지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집에 있으면서 집에 있지 않은 아주 바쁜 이상한 아줌마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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