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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Nov 06. 2024

청소

군대에 있었을 때를 제외하면 청소를 이렇게까지 자주 한 적은 없었다. 그나마 몇 해 전에 비싼 청소기를 새로 사면서 너무 신기하다 보니 저절로 청소기를 돌리는 게 꽤 재밌어 시간이 날 때마다 걸레와 청소기 모드를 바꿔가며 집을 청소하던 때를 제외하면 이 정도로 청소를 자주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원래 집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했었나, 그것도 스스로 한 건 아니었는데, 전주에 살던 시절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며 주말마다 집을 오가는 아빠가 주말이 되면 가족 전부를 불러 모아 대청소를 하면서 “정리는 무조건 치우고 버리는 게 아니라 물건이 있어야 할 곳에 두는 거다”라며 하곤 했던 잔소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은 건지, 거기서 비롯된 습관 때문에 평소에 엄청나게 어지르다가도 되도록 일주일에 한 번쯤은 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래도 나 정도면 어지르는 거에 비해서 깔끔하다고 해야 하나. 정리를 자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래도 먼지에 민감해서 청소기는 자주 돌리는데, 생각난 김에 글 다 쓰고 방정리나 한 번 더 해야겠다.


최근 청소기를 하나 새로 샀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유독 많이 빠지는 것 같은 머리카락이 바닥에 흩날리는 게 너무 거슬려 자주 청소를 하기 위해서 방에 청소기를 하나 두고 자주 돌려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게다가 며칠 되지도 않아 침대 위에 먼지가 어찌 그리 많이 쌓이는지(환기 때문에 그런 건가), 이틀에 한 번 꼴로 롤러를 안 돌리면 침대 시트에 머리카락과 먼지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띈다.


또다시 금방 더러워질 걸 알면서도 자주 청소를 하는 것처럼,  당장 귀찮아 보이는 수많은 일들이 쌓이다 보면 깨끗한 방이라던지 청결한 습관이라던지 하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생긴다. 자주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내 안의 조용한 열정처럼,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는 일들에 대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같은 상념들을 마음을 꾸준히 비우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일의 내가 마주하는 오늘이 더 가벼워질 수 있도록, 내일 밟을 바닥뿐만 아니라 항상 짊어지고 다녔던 마음의 무게를 적당히 덜어내고 싶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바닥 청소와 더불어 귀찮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던 책상 정리도 한 번에 처리했다. 물건을 있어야 할 곳에 두는 정리정돈처럼, 삶을 잘 정리하려면 순간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잘 해내야 할 텐데 말이야. 내일은 주말인데, 침대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밀린 일들도 처리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좀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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