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언제 쯤 잘 치게 될까
무슨 바람이 든 건지는 몰라도 요즘 피아노 연주에 재미가 붙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치려고 하는데, 아침에 나가기 전 30분, 학교 갔다 와서 30분 정도 해서 평균적으로 1시간 정도 치는 것 같다. 이번 학기 화요일을 제외하면 아침 일찍 나갈 필요가 없어서 오전 시간에 여유가 남는데, 시간이 많다고 늦게 일어나지 않고 평소에 밤 시간에 하던 일들을 오전 시간으로 당겨오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고, 피아노 연주 덕분인지 예전보단 피곤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침대를 나서는 게 조금이나마 수월해졌다.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문득 체르니 100의 끝 부분은 난이도가 어떨지 궁금해 뒷부분을 펴봤는데, 옛날에는 도대체 이걸 어떻게 쳤나 싶을 정도로 빠른 템포에다가 한 번에 1옥타브를 왔다 갔다 하는, 한눈에 봐서는 도대체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곡들 투성이었다. 내가 이걸 능숙하게 연주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그 까마득한 미래가 상상이 안 돼 괜스레 불안감이 밀려왔다. 옛날에는 어떻게 쳐야겠다는 그림 같은 거 없이 음표만 따라 쳤다면, 이제는 음의 세기와 빠르기 같은 요소들도 고려해야 해 똑같은 곡이라도 더 어렵게 다가온다. 제아무리 즐거운 일이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한다.
방금으로 이번 학기 모든 수업들의 오티가 끝났다. 새 학기가 시작했다는 걸 체감하기도 전에 초반부터 바르게 치고 나가고, 한 번 템포를 놓치는 순간 따라잡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수업도 있어 시작부터 약간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품고 있다. 실라버스를 읽어보면 지금은 뭐가 뭔지 상상도 안 가는 새로운 것들 투성이인데, 결과가 어떻든 간에 학기가 끝나고 나면 그 나름대로의 배움이라는 수확이 있기에 지금 드는 불안감과 별개로 학기 동안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이 근거 없는 불안과 거기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는 그런 마음을 꾸준히 이어나가지 못하게 하는데,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일상 속에서 해소할 수단으로써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불안감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실행해 나가야 하는데, 피아노 연주에서도 그렇고 삶에서 나의 목표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친구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들은 조언을 바탕으로, 아무거나 막 해보면서 그 모호함의 구름을 걷어내는 게 이번 학기의 목표라면 목표인데, 모호함을 넘어 구체성을 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그만큼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난 아직 젊다. 그러나 그게 현재의 실패를 정당화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최근에 새롭게 시작한 취미인 피아노를 단순히 취미라는 이유로 가볍게 임하고 대충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그 사실에서 비롯된 걸까.
방금 알게 된 건데, 학교 학생회관에 있는 피아노, 업라이트가 아니라 그랜드 피아노다. 살면서 그랜드 피아노는 한 번도 쳐본 적 없는데, 한 해의 목표에서 말했듯이, 소소한 꿈 중 하나라면 내가 가진 능력이나 재능을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내보이고 싶은데,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저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는 작은 소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