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다양한 단어와 표현 사용하기
글쓰기 때문에 이전부터 계속 고민해온 주제다. 언어적 다양성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단어와 표현을 상황에 맞게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 글을 쓰는 데도 그렇고 말을 하는 데도 그렇고, 모든 언어 활동에서 내 생각을 능숙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강한 어휘력이 필수다. 표현 가능한 언어가 다양할수록 생각 역시 더 다양하고 정교해진다. 그러나 요즘 내 언어습관을 곱씹어 보면 짧게 말하거나 문장을 쓸 때 똑같은 단어나 표현을 쓸데없이 반복하고, 글을 쓸 때도 막상 말하려고 했던 내용과 달리, 종이 위에 옮긴 결과물은 원래 의도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게 나온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읽고 싶은 글과 매일 한 두 명 올까 말까 하는 내 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개인적으로(이 표현도 너무 자주 쓴다) 그 차이는 어휘력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뭐 어떤 주제와 스타일로 쓰는지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기술적으로 더 좋은 글을 쓰는 거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똑같은 현상과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거기서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표현과 생각이 파생되느냐는 우리의 언어적 사고 능력이 결정하고, 그런 능력에 있어 어휘력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결국 다양한 표현과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비슷해 보이는 것들을 획일화하지 않고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대륙의 수많은 국가와 민족을 싸잡아 아프리카라고 부르지 않고, 르완다, 남아공, 탄자니아 등 다양한 세부적인 특징을 지닌 단위로 나눠 부를 수 있을 때 세상을 더욱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사용하는 언어의 다양성과 정교성은 표현을 통해 세심하게 차이를 인지하고, 성급한 일반화를 예방함으로써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적 바탕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어휘력을 향상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좋은 표현을 흡수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지만,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글을 다채로운 어휘로 장식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서 체계적으로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행동으로 옮긴 건 없다. 꽤 예전부터 글 센스가 좀처럼 늘지 않은 채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데, 이런 상태라면 아무리 관심을 끌만한 주제가 생기더라도 조회수와 구독자가 좀처럼 늘지 않을 거다.
결국 중요한 건 일상에서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있겠다. 그 실천 계획의 일환으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 게 있다. 부정적 상황에서 의사 표현을 하는 데 있어 복잡하고 다양한 경우의 상황을 묘사할 때 그저 ‘X 발’, ‘ㅈ같네’ 등의 말로 일축해서는 내가 마주하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설명할 수 없다.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도 비슷하다. 그저 좋다는 말로는 제대로 묘사할 수 없는 인생의 기쁨과 즐거움을 단순한 표현으로 정의해서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추구하는 대상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어휘력이 강하다는 건 결국 고화질의 영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거다.
친근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비속어나 욕설을 사용하지 않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흔히 가볍다고 여기는 풍조가 있듯이, 실제로 구사하는 언어의 다양함과 정교함, 더 나아가 격식이 떨어지면 생각하는 수준 자체도 그에 맞게 떨어지는 현상을 몸소 확인했다. 예전에 EBS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욕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어휘력이 대조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한 10년 정도 된 것 같다) 흐르고 난 후 생각해 보니 그 이유가 뭔지 잘 알게 됐다고 해야 하나. 그냥 요즘 부대에 지내면서 무의식적으로 욕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는 자각을 했는데, 그게 내 어휘력과 연결되어 있어 갑자기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