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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Jul 29. 2023

관심은 부끄럽지만, 좋다

글을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순간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리갈 패드에다가 기록만 해둔 걸 인스타에 올리기 시작하고, 작년 말에는 블로그, 올해부터는 브런치도 시작했다. 원래는 나만 보던 글에서 시작했지만 어쩌다 보니 친구들에게까지 보여주게 됐고,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가끔 본다(비록 몇 없긴 하지만).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 실력이나 플랫폼이나 정체를 겪으면서, 매일 글을 쓰려는 목표의식이 점점 흐지부지되어갔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읽어볼 때 예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 혼자만 읽어서는 단순한 자기만족에 그칠 뿐이다. 글을 일종의 자기발전의 과정에 대한 기록이자 결과 그 자체로 만들고 싶은 나로서는 벽에 가로막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듯한 상황에 점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글을 쓸 때의 재미는 점점 떨어져가고, 관성으로 가끔 쓸 때가 아니고서는 예전만큼 글을 자주 쓰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 들어 어떻게든 글쓰기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매일 주위에서 얻는 영감을 가지고 세상에 대한 생각을 글로 남겼다. 그러다 브런치에 올린 아이폰 유행에 관한 글이 알고리즘을 타면서 그동안 보지 못한 조회 수를 기록했고, 다음 메인에 오르고 난 후에는 기어코 1000을 넘기기도 했다. 구독자 수가 고작 13명에 불과한 내 브런치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이게 그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리라는 걸 잘 알기에 금방 냉정해졌다.


내 글이 어쩌다 다음 메인에 실렸는지 잘 모르겠다. 하꼬 작가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격려하기 위한 알고리즘의 선심성 띄워주기일 수도 있고, 우연히 사람들의 관심 주제에 맞는 글을 썼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적같이 찾아온 지금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하던 대로 계속 해나가야 한다.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당장은 하루의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자 한다. 어차피 내일이 되면 또다시 하루에 10명도 안 보는 일상으로 돌아올 텐데 일종의 신기루라고 생각해야지.


일일 조회수 1000명, 이걸 매일 기록한다면 인기 블로거가 된다. 그러나 그 너머에 있는 사회가 정한 성공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뭐 이렇게 오래 쓴다고 해서 언젠가 사람들이 많이 읽을 거라는 기대 같은 건 내려놓은지 오래고, 당장은 꾸준하게 나아갈 발판을 유지해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분명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삶의 방향이나 강도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당장은 쌓여가는 인생과 생각의 기록과 함께 더해져 가는 삶의 깊이를 통해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는 걸로도 충분하다. 소소한 소망 같은게 있다면 언젠가 글 좋아하는 연인이랑 함께 옛날 글들을 꺼내서 읽어보는 것 정도? 부끄러운 기억이든 자랑스러운 기억이든 타인과 뭔가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그런 과정 속 기적같이 찾아온 처음 경험해 보는 높은 조회수,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내 글을 읽는다는 게 익숙하진 않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게 해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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