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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Sep 03. 2023

링크드인

인생이 왜 이렇게 뒤쳐진 것 같은 기분일까


예전에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어놓고 사용 자체를 안 하다가 앞으로 커리어에 있어 무조건 시작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과정인 것 같아서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그동안 에너지 관련 커리어를 가겠다고 결심만 해놨지, 정작 실무에 어떤 직종이 있고,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아 관련 기업들과 종사자들의 정보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나름대로 유용하달까. 당장 2학년 밖에 안되긴 했다만, 그걸 생각해도 언제까지나 미래에 안일하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학원에 가겠다는 목표와는 달리 현실에선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준비해놔야 해 인턴십도 그렇고 앞으로 여러 가지 준비를 해 놔야 한다.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 때 활동이나 직업 경력을 적는 란이 있는데, 예전에 해놓은 건 몇 가지 있어도 당장 취업 관련해서 중요한 건 마땅히 없으니까 패스... 학교는 뭐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로 입력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알겠지만, 이미 베이 에어리어에 사무실을 둔 기업들 중에 저 정도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을 테니 그렇게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고. 이제 또 뭘 적어야 하냐 인턴십, 연구 경력... 또 없네.. 하 대학 들어가서 1년 대충 보내다가 군대 한 번 갔다 왔다고 이렇게 인생이 빈 것 같은 느낌이냐...


링크드인을 둘러보다 내가 듣는 수업 GSI가 있어 잠시 프로필을 보다 학력에 고등학교까지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Hankuk Academy of Foreign Studies라는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학교 이름을 이력에 추가하니 같은 학교를 다녔던 수많은 동문들의 프로필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군데군데 학교를 다녔을 때 낯이 익은 얼굴들도 있었고, 몇몇은 지금까지도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일면식이 있고, 실제로 2,3년간 같은 공간에서 지냈던 사람들의 이력을 봤을 때 풍기는 낯섦과, 그 낯섦의 원인이 어찌면 내가 허무히 보낸 과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죄의식에 자꾸만 마음이 착잡해진다.


인생에는 다 자신만의 길이 있고, 나에게는 타인과 다른 도착점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실제로도 내가 지향하는 인생의 방향 자체는 아직까지 확실히 겹친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만약 어떤 커리어의 절대적인 지표 같은 게 있다면, 모든 지표에서 월등하게 앞서나가고 있는 게 분명한, 여기서 한 100번은 도약해도 미치지 못할 것 같은 수준에 다다른 동문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내가 가는 인생의 함수가 제대로 설정된 건지 의심하게 된다.


대단한 걸 이뤄내고 싶고, 그걸 통해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내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게 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루하루 최대한 자세히 인생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미 세상으로 나가 뭔가 대단한 걸 이뤄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런 일상의 행위조차 어딘가 초라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나의 목표를 너무 낮게 설정한 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비해 실제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나 능력은 그 정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걸까?" 하는 수많은 자기 회의의 순간에 얽매인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 길이 가진 절댓값은 아직까지는 너무 낮은 것 같은데.


고민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 가버리고, 이미 언제일지 대충 예상이 되는 결정의 순간은 다가온다. 내가 봐온 수많은 사람들이 해온 일들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나도 어딘가에 지원하면서 제출하는 이력서와 링크드인 링크 속 프로필에, 누군가 이 사람은 자신의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경험들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임팩트를 학교생활 동안 남겨야겠다. 당장은 이력으로만 남을 몇 가지의 활동들이,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내 인생 자체를 정의할 만한 업적으로 이어지는 길이 될 수도 있기에 하루하루의 작은 과정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더 진심이 되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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