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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Oct 03. 2023

외식 안 하기

고물가 시대, 요리를 하면 돈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을까

외식을 안 하고 집에서 해먹으면 궁극적으로 생활비를 아낄 수 있을까. 적당히 영양도 챙기면서 돈을 아끼는 방법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만약 있어도 내가 실행할 수 있을까. 밖에서 사 먹으면 한 끼에 기본적으로 10달러를 넘고, 특히 시험기간 동안에는 두 끼 이상 사 먹는 일도 꽤 있던 탓에 식비로만 많은 돈이 나가 집에서 해먹는 건 어떨까 싶어 이틀 동안 한인마트랑 타겟에서 식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 먹어봤다.


타겟에서 파는 계란. 비싸다....


한국에 있었을 때, 특히 입대 전에 재미로 집에서 만들어 먹고는 했다. 그러나 감자나 양파, 당근, 마늘 같은 다양한 식재료와 잡다한 주방기구들을 구비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여기서는 공간이나 예산 문제 때문에 한정적인 식재료로 요리해야 하고(필요한 식재료가 없을 때마다 사러 나가기도 힘든 게, 장 보러 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일이다), 보관도 쉽지 않아 만들 수 있는 요리의 가짓수가 한정적이다. 원래는 여러 명이서 먹을 수 있게 큰 냄비에다가 요리를 했는데, 여기 오니까 밥솥에다가 밥 지어먹기도 애매해 햇반으로 먹고 요리도 그냥 간단한 라면이나 볶음밥 같은 것만 먹다가 오늘 처음으로 스파게티를 만들어봤다. 면발이나 소스나 전부 별로. 최소한 일주일 동안 다른 음식을 먹을 정도는 돼야 하는데, 아직 만드는 숙련도나 음식의 가짓수나 여러 면에서 갈 길이 멀다.


직접 만들어 본 김치볶음밥. 소시지는 빼는 걸로


요리를 해먹으면서 필요한 재료를 그때그때 구하지 못하기 힘들다 보니 생기는 문제들이 있는데, 채소를 잘 안 먹게 되는 거랑 즉석식품을 더 자주 먹게 된다는 거 정도? 미국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게 대부분 음식들이 비싼 만큼 열량이 높으면서 양도 많다. 게다가 치폴레 빼면 죄다 채소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든 패스트푸드라 균형 잡힌 영양섭취와는 거리가 멀고, 잠깐 방심하면 바로 살이 찔 정도로 기름진 음식이 많다. 다행히도 과자나 다른 디저트가 비싼 탓에 좀처럼 군것질을 하게 되지만, 의지 부족 때문에 운동도 잘 안 하는 와중에 지나치게 많은 열량을 섭취하는 건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공부, 건강, 인간관계, 돈 등 여기서 지내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여러 중요한 가치들이 있고, 뭐랄까 그 여러 개 사이에서 지혜롭게 조율해 나가면서 인간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굳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어쩌면 돈도 더 많이 들이는 거일지도 모르는 요리를 굳이 하려는 이유도 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과 연결되어 있다. 물론 밖에서 사 먹기만 하면 더 맛있고, 다양하고, 간편하지만(이렇게만 보면 백 배 나은데?), 직접 부엌에서 내가 먹을 요리를 만들면서 재료에 대해 알아보고 실패를 겪어가면서 여러 요리법을 터득하고 끝내 맛있는 음식을 완성해 먹는 것도 하나의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믿는다. 그나저나 친구 초대해서 음식 만들어주고 싶은데, 아직 내 요리 실력이 그 정도는 아닌지라 함부로 초대하기가 좀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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