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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Oct 16. 2023

내 글을 만 명이나 보다니

우연히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은 나의 글

내 글을 만 명이나 봤다는 사실이 조금은 감격스럽달까. 그렇게 잘 썼다고 생각하지 않은 글이 우연히 알고리즘을 타 조회 수가 엄청나게 높게 나왔다. 브런치 기준으로 여태껏 구독자 수도 15명 선에서 정체되어 있었고, 브런치를 위한 글을 쓴다기보다는 그냥 평소에 쓴 것들 중에 괜찮아 보이는 걸 골라서 올리곤 했는데(그마저도 요즘에는 친구랑 내기로 한 달에 8편씩 올리기로 한 걸 빼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가끔 이렇게 수 천명이 보는 우연히 생기는 건 조금은 신기하다. 내 글이 이런 많은 사람이 읽을만한 건가.


내 글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과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만한 글에는 항상 차이가 존재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재밌게 읽을 만한 글을 쓸 수 있는 재능도 부족하기에 기대와는 달리 아는 사람들만 읽고 그 주제로 가끔 소통을 나누는 수단에 그쳐왔다. 그게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일종의 명성을 갈구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것보다도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언젠가 모르는 수많은 타인들과 닿을 수 있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솔직히 글이라는 수단과,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내 역량의 한계를 체감한지는 꽤 오래됐다. 과거와 달리 미디어 매체가 다양해지고 고도화된 시대에서 유명하지 않은 누군가의 글이 설자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얼마나 빨리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킬지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문화 트렌드에서 일반인의 글의 성장 잠재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매체의 한계를 극복할 만한 특출난 재능이 없는 나로서는, 뭔가 고상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척하거나, 혹은 언젠가 매체의 한계를 개인의 명성으로 극복할 만한 존재가 되는 것뿐이다. 글로 유명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린 지금으로서는 후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직도 카운슬러가 나에게 동 나이대 사람들에 비해 작문력이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말이 기억난다. 뭐 꾸준히 쓰는 것도 재능이라고 친다면 좋겠지만, 양적인 것과 별개로 인생의 많은 것들을 글에 담아내고 싶은 욕망과는 달리 보고 느끼는 온갖 형태의 삶의 경험을 자세하게 기록하는 데에 필요한 어휘나 표현력에서의 부족함을 글을 쓸 때마다 체감한다. 동시에 세상을 보는 시선도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내 표현력이 부족하기에 삶이라는 렌즈로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이 작은 건지, 시선이 좁아 제한적인 표현만 쓰게 되는 건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에 봉착하기도 한다.


요즘엔 예전만큼 타인의 글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잘 쓴 글들을 읽을 때마다 저 정도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과 그런 사람들에 대한 경외감이 드는데,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하루의 감정과 생각을 최대한 솔직하게 리갈 패드 한 장에 담아내려고 한다. 손이라는 물리적 제한 속에 하루라는 나의 세상에 대한 경험은 언제나 종이 한 장에 압축되지만, 이것들도 쌓이고 쌓이다 보면 나름 의밌는 하나의 생각의 연결고리가 된다.


이번에 운 좋게 받은 사람들의 관심은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았던 메말랐던 땅의 가옥에 내리는 가랑비였다. 처마 아래로 물줄기가 떨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기다리다 보면 어쩌면 다음엔 더 많은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해주는 건기의 끝을 알리는 신호였달까. 별로 뭘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구독자 수가 거의 2배가 되니까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마 알고리즘은 이런 걸 통해서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은 글을 올리도록 하는 걸까. 비가 안 와도 풀은 계속 심겠지만, 점점 이 풀밭이 무성해지고, 또 하나의 숲이 된 이후 방문객을 포근히 품어주는 그런 공간, 매일 글을 한 편씩 써가면서 추구하는 소소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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