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 서양 미술사 책을 다시 펼칩니다. 오래된 서가에 꽂힌 책을 찾느라 읽지 않은 책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이 책들을 버려야 할지 다시 읽어야 할지 망설여지네요. 아직도 읽지 못한 버트란트 러셀의 서양철학사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네요.
저는 열화당 서양미술사 상, 하권을 오래전에 알라딘 중고샵에서 구매하고는 읽지도 못하고 고이 모셔 놓았는데 이제서야 책을 펼치네요.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미리 사놓는 성격이라 사놓고 가끔씩 새로 책을 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곰브리치 책은 워낙 유명해서 이공계인 저에게 전혀 문외한 분야이지만 그리스 로마신화처럼 어떤 역사적인 사실들을 그림이나 다양한 예술적 장르로 인간과 종교 그리고 신화를 다양하게 표현한 그 시대의 모습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책 뒷면 겉표지에 역자가 적어 놓은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보는 것"과 "아는 것"사이의 연관성을 중요시하며 여러 세기동안 수많은 미술가들이 각기 어떠한 문제를 극복 해결하고자 애써 왔는지를 구체적인 작품 분석을 통하여 자상하게 해명해 놓고 있다.
이 책은 서양미술사라는 거대한 역사관의 도슨트 역할을 자처하는 곰브리치의 책이라는 것이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어요. 비록 흑백사진이기는 해도 그 시대의 대작들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게 해 준 그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요.
책을 조금 읽었지만 미술가는 자신이 왜 그렇게 그렸다는 것을 친절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누구에 의해 무슨 일로 어떻게 그려졌는지 구구절절이 문장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림이나 조각과 건축물처럼 그 자체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알아서 읽고 해석하고 이해하라는 것처럼 보였죠. p.10 곰브리치의 글처럼 미술가가 표현하고자 한 의도를 암시해 줄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함으로써 독자들이 작품을 올바르게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미술가가 쓴 것이 아니라 미술사학과 고전건축학을 전공한 학자가 쓴 광대한 서양 미술사를 나처럼 미술에 문외한 이들이 조금이나마 미술이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기 위한 책이라는 것이었죠. 예술가의 시각이 아니라 학자적인 시각으로 미술사를 논한 책이라서 모든 미술 작품과 예술품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정답이 아닐 것 같은데 정답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부분도 없지 않은 책인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인데 이번에도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최대한 빨리 읽어보고 즐겨볼게요~
낯선 분야의 책을 읽고 제 생각을 적는다는 게 생각보다 잘 쓰여지지 않네요. 수많은 용어들과 낯선 예술가들의 이름 그리고 그들의 수많은 작품과 그 작품들의 이름 그리고 그 시대와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문화(귀족, 왕족)적, 종교적 특성에 따라 변화된 다양한 화풍, 건축 양식과 조각 형태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네요.
제 지식 영역 밖의 내용이라 그런지 책에 나와 있는 내용보다는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과 질문이 많은데 대답해 줄 사람이 없네요. 예를 들면 이집트의 수많은 그림과 상형문자의 기원과 해석 그리고 피라미드 건축 원리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었던 정치적 배경과 경제적인 여건들이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양식과 전혀 다른 유럽 건축 양식들의 설계와 시공 그리고 자재 조달 같은 문제들 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와 다양한 조각상의 디자인과 시공 방법 그리고 내부에서 사용하는 목공품과 다양한 공예품을 만든 장인들은 누가 어떻게 훈련을 시켰고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만들 수 있었는지도 궁금하네요.
건축은 특히 설계에 물리적이고 수학적이고 예술적인 부분들을 다 검토했을 텐데 그들이 그런 지식을 어디서 어떻게 배우고 익혔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그들이 만든 책과 대학에서 다 배우겠죠. 제 전공분야가 아니지만 중세 시대에 컴퓨터도 없이 그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했다는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조각가나 목공예가가 사용한 도구들도 궁금하고 미술가들이 사용한 물감의 재료와 색을 나타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도 궁금하네요. 도르래의 원리를 응용하여 다양한 크레인을 만들고 무거운 자재들을 옮기고 운반하고 높은 곳에 자재를 이동시키고 높은 곳에 받침대를 만들고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방법과 돔형 천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해당 분야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면 답은 다 있겠지만 누군가가 옆에서 직접 이야기해 주면 좋겠네요. 챗GPT가 답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묻기가 두렵네요~
미술 작품 하나를 보더라도 그 그림의 크기와 재질과 재료와 도구들 그리고 그 그림이 나타내고 있는 그 구성과 배치, 사람들의 모습과 형태, 표정과 그 그림의 배경과 그 그림을 그리게 된 스토리까지 이야기하게 되면 한 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것 같은 지식의 광대함에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양파껍질 같이 벗겨도 벗겨도 그 진실의 알맹이는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곰브리치도 수많은 미술들이 가지고 있는 서사적인 요소들을 서술하고 있지만 쉽게 이해하거나 다가갈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유홍준 교수님도 이 책을 읽고 그런 맥락에서 우리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시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유시민의 유럽 도시기행도 이 책 덕분에 나온 것 같아요~
이 책에도 그 시대의 세계적인 거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의 이름을 말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가수 방탄소년단 뷔가 서진이네 식당에서 서빙하는 것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외국인이 많이 있듯이 나도 뷔를 보고 알아보지 못하는 외국인이나 다름없었어요~
벌써 이번 책도 이렇게 종료가 되네요. 급하게 읽어서 약간 체한 듯한 느낌이 없지 않네요. 저도 @Nana 님과 다음엔 러셀의 서양철학사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 듣고 있는 김혜남 선생님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오디오북을 추천드려요. 그믐에서 같이 읽으면 많은 분들에게 힐링이 될 것 같아요. 책으로 만난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책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좋네요 @보름삘님과도 같이 읽어서 더 좋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