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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Nov 20. 2023

책은 도끼다

나의 게으른 사고에 과감히 도끼질을 해 본다.

난 밥 먹을 때 혼자서 먹으면 오분이면 다 먹는다. 한 시간이라는 점심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게 아니라 꿀떡꿀떡 삼키듯이 먹어버린다.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고 다 읽지도 않은 책들도 많은데 내 손엔 이미 다른 책들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공부도 그렇고 책 읽는 것도 그렇고 대부분의 지식들이 공중에 산산이 흩어지고 내 머릿속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왜 그런지 뻔히 알고 있지만 내 성격이 날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박웅현 멘토의 독서법이 내 마음에 도끼로 강한 흔적을 남긴 후로는 뭐든지 꼭꼭 씹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나미볼펜 끝으로 한 문장 한 문장 꾹꾹 짚어가며 그 문장 속에 깃든 정신을 엿보기 위해 느리지만 가장 빠른 독서법을 배우기 위해 예전의 나를 도끼로 강하게 찍어내 린다. 그런데 정말 내 마음에 선명한 도끼 자국이 생겼다. 이제까지 바보처럼 급하게 먹어서 체한 것처럼 독서를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급하게 먹는 것처럼 읽다가 내 상처에 걸려 넘어지면 다시 꼼꼼히 글자 한 자 한 자에 의미를 부여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좀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내가 변하기 위해서는 예전의 내 습관은 과감하게 쉬프트키를 꼭 누르고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것이다.


그동안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활자만 읽었다. 초등학생도 읽을 줄 아는 글자만 실컷 읽고 책을 덮어버리는 바보 같은 짓을 하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학원을 가야 한다고 말하던 내 학창 시절을 생각하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워진다.


책을 잘 읽으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책을 잘못 읽으면 평생 고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나간 세월에 대해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책을 제대로 읽고 써보자. 나도 큰 도끼를 들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강한 흔적을 남겨주고 싶다. 감동의 도끼가 되고 싶다.


울림이 있는 책을 읽고 있으면 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울림에 내 감정이 그 문장 위에 한참 머무른다. 슬픈 책을 읽다 보면 슬픈 문장은 끝이 났는데 난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처럼 좋은 문장은 우리 감성에 연속성을 부여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앞을 가려 책 읽기를 멈춰야 했던 내 슬픈 감수성은 세파에 접히고 잊혀 버렸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도끼였다. 나의 잊혀진 감수성에 인공호흡이라도 했는 것처럼 그들의 호흡이 나의 호흡이 되었다.  나도 인문학 강독회를 해보고 싶었다.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읽었던 책들에게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책들은 나에게 많은 책들을 불러 주었다. 넌 나에게 단순히 철수와 영희가 아니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글 속에서 배운다. 책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읽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책의 내용을 세세히 정말 리얼하게 다 적고 싶다. 모든 문장이 피와 살이 되는 기분으로 읽었다. 이 책은 우리가 고전을 먼저 읽고 나서 읽어야 할 든든한 조언자가 될 것이다. 내 삶도 그런 조언자가 되고 싶었다. 고전은 인간의 귀찮음을 극복하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게으른 사고에 과감히 도끼질을 해 본다.


p153.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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