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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Nov 20. 2023

교세라 철학

경영의 신

우리 회사에 경영의 신은 없지만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은 꼭 읽어야 했다. 십 년 넘게 한 회사를 다니며 일하고 있었지만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처럼 글을 잘 쓰는 경영가를 만나기란 힘들었다.


그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참 슬프지만 생은 어차피 막차를 타야 하는 법이기에 나 역시 마지막이 되지 않기 위해 계속 읽을 것이다. 교세라의 철학수업은 유시민의 영업비밀처럼 그동안 저자가 쓴 책들의 집합체였다.


카르마 경영, 어떻게 의욕을 불태우는가, 일심일언, 왜 일하는가, 불타는 투혼, 아메바 경영의 한 권 한 권이 여기에 모두 담겨 있었다. 아직 남겨야 산다, 회사는 어떻게 강해지는가 등 다 읽지 못한 책들도 많이 있지만 이 책들을 읽지 않아도 교세라 철학 한 권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책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난 왜 이제야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수업이 가져다주는 책들을 많이 읽다 보니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의 선배가 내게 준 책처럼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팔십을 넘긴 회장의 마지막 수업이기도 한 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읽게 되었지만 내 인생의 중요한 공식을 또 하나 발견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책에도 이지성의 R=VD도 언급하고 있지만 인생과 일의 결과 = 사고방식 x 열정 x 능력 이라는 인생 공식은 내가 왜 그동안 실패하며 살아왔는지 알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준비하며 생각했던 시험의 불합격 요인이 열정과 능력은 있었지만 사고방식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며 내가 회사를 위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누구도 나의 실패에 대해 조언을 해주지 않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장은 글로써 나에게 조언을 해 주고 있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틈틈이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직원들에게 읽히고 자신의 철학을 공유했다. 학술적인 서적도 아니었고 경영서도 아닌 그 자신의 철학을 공유함으로써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남기고 공유했다. 그래서 그의 책에는 참고문헌이나 참고도서가 없었다. 자신의 생각에 자신 있었고 자신의 철학이 확고했기에 한국의 몇몇 기업들을 합친 종업원들을 거느리며 다 쓰러져가던 회사도 일으키는 경영의 신이 되어 있었다.


신의 직장도 부러워하는 경영의 신을 한국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것일까.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회장님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인간으로서 무엇이 바른가를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교세라의 철학은 내게 큰 철학적 기준이 되어 주었다. 우리 회사도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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