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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Nov 20. 2023

작가란 무엇인가

창의적인 신

작가란 무엇인가 일편에 감동받아 2,3권을 한꺼번에 구매했다. 유명한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과 글쓰기와 그들이 읽은 책 그리고 쓴 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정말 고마운 책이어서 앞으로 읽을 책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읽은 책 보다 읽지 못한 책이 더 많았고 잘 아는 작가보다 모르는 작가 더 많아서 행복했던 책 읽기였다. 학창 시절의 책 읽기와 글쓰기는 지금과의 나와는 너무 달랐다.


그 시절은 텍스트에 적힌 대로 읽고 쓰고 느끼기 바빴다. 개중에는 난해해서 그냥 눈으로 훑어버리고 무슨 책이었는지 몰랐던 책 그리고 국어 시간에 선생님께서 열렬히 설명하셨던 문학이 소귀에 경읽는 것처럼 줄줄이 내 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랑이나 슬픔 이런 것들은 잘 읽혔다. 짧은 시구에 얽힌 애절함 그리고 드라마처럼 슬프고 외롭고 애틋한 로맨스 소설 그리고 성애의 묘사는 그 텍스트에 드러난 대로 그대로 흡수가 되었다.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내 느낌 그대로 쓰는 것이 다였다. 국어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하고 다르게 그냥 써지는 대로 쓰곤 했기 때문에 두서없는 글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냥 쓰는 것이 좋고 읽는 것이 좋아서 부지런히 읽긴 했는데 되돌아보면 남는 것 없이 그저 내 시간들을 잘못 보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런 일련의 내 행동이 내 삶의 밑거름이 될 줄은 몰랐다. 결혼 이후 예전처럼 노트에 끄적이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육아와 가사 그리고 회사일은 나를 더욱 책과 글로 멀어지게 만들어버 린 것 같았다. 부지런히 내 일을 했을 뿐인데 나의 삶은 제자리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는 점점 멀어지고 나는 소외되고 도태되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이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뭐라도 한 가지는 잘할 수 있는 20년이 그냥 버려진 듯한 내 삶이 이제 와서 작가라는 타이틀에 목을 매고 있다.


그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책을 읽고 글이라도 끄쩍여야만 내 맘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그 글 때문에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글을 쓴다.


작가란 무엇인가 세 권의 책으로 20세기를 살아온 작가들의 다양하고 넓은 독서와 개인적인 글쓰기를 살펴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읽고 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에겐 그럴 시간도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그들의 책들을 하나씩 구매해서 읽어나가야겠다.


그 시대의 전쟁과 불합리함 그리고 인간의 탐색과 언어의 도발에 관한 여러 편의 글들이 나를 매혹하고 있었다. 나도 그 시대를 살았다면 티브이보다 스마트폰보다 책을 더 많이 읽었을 텐데 지금은 펜을 들고 글을 쓰는 일보다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치고 컨트롤 엑스와 컨트롤 브이만 누르면 내가 쓴 글을 두 번 쓸 필요 없이 단락을 이리저리 옮기며 글을 쓴다.


 글을 쓰기에 좋은 세상이고 스마트폰만 켜면 수만 권의 책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세상인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지식인의 글을 찾기는 너무 어렵다. 그들의 가문과 그리고 영특함 나는 그런 것 없이 자랐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고 읽을 줄 아는 건 한글로 된 책이 전부였고 조정래, 이문열, 최인호, 박경리, 박완서처럼 한국인 작가의 한국 장편 소설을 읽고 세계문학은 읽으려고 해도 너무 어렵고 지루하고 고작 대학 도서관의 1프로도 안 되는 책들을 읽으며 자라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숲에서 본 마스터베이션과 성애에 대한 묘사, 서정윤의 홀로서기나 유안진의 수필 그리고 조창인의 가시고기, 연탄길, 아버지처럼 사랑과 죽음과 관련된 슬프고 슬픈 책 속에서 눈물 훔치며 자라온 책 읽기는 내가 그동안 수많은 책들을 좌시하며 무엇하며 살았는지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이 세상을 살아온 건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면서 반성하게 된다.


이젠 젊은 시절 표면적인 독서와 의문 그리고 난해함에 대해 조금이나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학창 시절 읽은 책과 지금 나이에 내가 읽은 책은 다른 다는 것을 그리고 젊은 시절의 감성과 지금의 감성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젊은 시절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모조리 꺼내어 책을 읽었어야 했는 아쉬움이 든다. 늦어버린 듯한 책 읽기와 글쓰기는 내가 60대가 되었을 때는 또 다르겠지라는 의문과 함께 다시 죽은 책들을 꺼내어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들 작가처럼 해마다 나의 책을 부지런히 쓸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다독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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