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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Nov 29. 2023

젤롯

열정적인 신념

젤롯을 읽고 나면 질투가 난다.

성경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젤롯을 먼저 읽었다. 젤롯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것은 서평이 아니라 책을 읽고 난 후기에 가깝다. 나의 얕은 지식으로는 쓸  수 없는 그런 책을 내가 읽고 있었고 그 느낌을 적을 뿐이다.


젤롯을 읽기 전 젤롯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영화 ‘패션 오브 크리스트’를 먼저 봤다. 그리고 간간이 일라이가 떠올라 일라이에 대해 검색을 했고 다시 생각했다.


우린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가장 궁금해하지 않는다.


종교는 정치적인 색채를 띄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많은 곳엔 사람을 이끌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져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예수는 그런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예수 사후에 그의 업적이나 고통당한 것에 대해 살아남은 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예수의 말과 행동을 기록하며 신약을 남겼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의 내면엔 동물적인 특성이 강해서 서열의 기준이 불분명해지면 폭력으로 인간을 다스리게 되어 있다. 폭력만큼 인간을 쉽게 억압하고 지배할 수 있는 수단이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폭력보다 수많은 인간을 쉽게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종교다. 종교(사랑)만큼 인간을 순화시키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예수는 왜 그런 고통을 당하며 죽임을 당했어야 했는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인류에게 제시하는 종교적인 의미는 크다. 당시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민중들을 모아 투쟁을 한 것도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예수의 존재 자체가 왜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였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로마군의 잔인 무도한 고문과 고통 속에서도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고 죽임을 당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의 죄를 사하고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행동은 사후의 역사가 어떻게 펼쳐지리라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외세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맞서 싸우신 분들이나 그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부국강병책을 세운 많은 분들, 사회의 체제가 불안정할 때 야학교실에서 불온서적이라고 일컫어지는 책들을 읽으며 세상의 불합리함을 가르치고 선동하던 분들이나 일제 치하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신 독립운동가들 역시 젤롯이었지만 우리 사회는 예수의 역사보다 그분들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을 투자했어야 했는데 우리의 짧은 지식으로는 그분들의 역사보다 지금 당장 생활이 급급했던 지식의 가난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책의 부록에 있는 참고 문헌만 해도 100page를 할당했을 만큼 방대한 양의 서적들이 있었지만 그중 내가 읽은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책은 끊임없이 책을 부른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을 읽고 싶고 또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 진다. 고전의 끝에서나 읽다가 집어던질 책도 다시 집어 들게 만드는 책의 역할은 공감대의 확장이 아닐까. 오늘 깨닫지 못한 것을 먼 훗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을 때 밀려오는 그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는 책들을 써 본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다.


예수에 대한 편견은 인간이 만들었다. 성경에 대한 의역도 인간이 만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잘못된 편견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과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옥같은 성경의 모든 구절들이 내 가슴에 박히는 그날을 기다리며...


로마는 그를 십자가 처형했으나 그의 메시지는 종교가 되어 로마를 삼켰다. 절대 굴복을 모르는 의지, 하느님의 나라가 기어코 오리라는 열정적인 신념, 이것이 젤롯(zealot)이다.


ps. 이 책을 읽고 나서 국사 점수가 형편없던 내 학창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역사의 모습들이 어른이 되고 나서야 조금씩 조금씩 이해되면서 내 가슴에 와닿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빨리 깨닫고 많은 책들을 읽고 쓰고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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