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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Nov 29. 2023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 편

아스카나라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 문화유산 답사기를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집에는 국내 편 1~3권까지 있었지만 일본 편 1~3권이 있었다는 것과 국내 편이 8권이나 나왔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유홍준 교수님의 책을 이제 서야 읽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친숙하게 만들어 주신 분이고 '1박 2일의 모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의 문화유산을 너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셔서 유홍준 교수님의 자취를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행복한 주말이 기다려지는 것 같다.


1권을 읽기 위해 2권을 선택했다. 일본 편 1권을 먼저 읽게 되면 2권은 언제 읽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2권의 서평을 먼저 쓴다. 2권의 서평을 쓰지만 지난 국내 편 1~3권을 다시 훑어볼 수 있게 되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우리 문화유산을 통해 일반인이 바라볼 수 없는 시각을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은 같은 사물을 보고도 기반 지식의 유무에 따라 그 감격스러움이나 그 작품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크다. 여러 다양한 문화유산에 깃든 정신을 일깨워주고 인간의 마음과 혼을 담은 글들을 많이 담아 주셔서 나중에 가족과 함께 문화 유적지를 답사할 수 있는 멋진 이정표가 되어 주어서 너무 감사하다.


외침의 흔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일본의 정갈함이나 자연과의 조화가 너무나 잘 어우러진 건축물을 볼 때 일본은 정말 평화로운 나라였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섬나라여서 그런지 고립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섬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일본이었다. 그에 반해 부산은 전란 통에 산꼭대기까지 닥지닥지 붙은 주택들과 어울리지 않는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여 우리의 건축문화유산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궁지에 몰린 인간 생활상의 피곤함을 엿볼 수 있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일본은 섬나라였기 때문에 누군가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찾아 나서야 하는 나라이기에 그 고립을 해체하기 위해 일본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 문물을 흡수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나라였다. 동양권의 나라여서 그런지 사진으로만 본 일본의 모습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지형의 형태 때문인지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일본의 문화유산을 통해 본 일본은 같은 문화권의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왜 일본과 같이 성장하지 못하고 배척하고 미워해야만 했는지 우리 시대의 아픈 역사를 되돌려 일본과 한국이 친형제처럼 같이 성장하는 국가가 되었으면 지금 아시아의 영향력은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처럼 동서양의 두 축을 형성하며 좀 더 많은 인간적인 문화유산을 많이 생산해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종교와 문화는 그 시대 인간의 정신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다. 종교가 없었다면 인간에겐 그처럼 많은 유산을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먹고 살아가기에 바쁜 우리네 일상에서 무엇을 남긴다는 것은 많은 생각과 계획과 실천을 필요로 한다.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인력 그리고 자재를 필요로 한다. 그 시대의 건축물은 개인이 쉽게 지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이고 그 영향을 받은 일본도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이기에 불교가 지닌 색채를 문화유산을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내 주신 선인들의 노고가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지역 토착민과의 대화가 부족했다는 점이 아쉽다. 그 지역에 가면 그 지역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지역의 문화유산이 어떻게 형성하게 되었는지 유추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유산에 깃든 인간의 정신을 엿보는 것은 쉽지 않다. 한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대화를 통해 문화유산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 시대의 조각품이나 건축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 시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라도 그 시대의 생각을 배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먼 훗날 내게도 '나의.... 이야기'를 엮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읽고 싶은 책 총, 균, 쇠 (재러드 다이아몬드),


일본 편 2권

p83. 종교란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확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p253. 원래 명작은 디테일이 아름답다다는 특징이 있다.

p214. 우리 역사를 보더라도 이데올로기의 만행이 얼마나 무서운 폭력인지 알 수 있다. 폐불훼석, 숭유억불 정책에 의한 문화재의 파손은 인간의 정신을 짓밟는 것과 다름없다.

p273. 위대한 예술은 이렇게 시공을 넘고 국적을 뛰어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다가오며 우리를 하나로 묶어낸다. 그렇다면 예술이야말로 과거사를 치우 하는 가장 좋은 약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편 1권

p98. 본래 연구란 존재를 명확히 밝히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때 정약전의 이런 연구 자세는 만고의 스승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p106. 본래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세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하나는 최고의 기술, 둘째는 최고의 정성, 셋째는 최고의 재력이다.

p107. 소나무는 생명력이 강인하지만 특히 해송은 바람에 굽을지언정 꿋꿋이 버텨내는 힘이 강하여 우리나라 해안에도 많이 심어져 있다.

p107. 그는 400년 뒤 후손들은 이런 행복을 누릴 것을 알았기에 어린 묘목을 100만 그루나 심은 것이었다.

p123. 우리는 고유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활용할 줄 몰랐고, 일본은 그 고유기술을 통째로 가져가 자신들의 위대한 도자기 문화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반성할 대상은 우리 자신에 있다.


국내 편 3권

p40. 맹목적 모방이었냐, 주체적 수용을 통한 재창 조였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p50.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고 자연과 예술이 하나 됨을 보여주는 달인들의 명작인 것이다. (피아골의 계단식 논)

p72. 하나의 전형은 유행을 낳고, 하나의 명작은 아류를 낳는다.

p124. 건축은 이처럼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제 멋을 찾을 수 있다.

p173. 학문을 위인지학(爲人之學)에 서 위기지학(爲己之學)으로 전환시켰다는 거. 그러니까 출세하려고 고시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격의 완성을 위해서 공부한다는 것, 그것이 퇴계가 조선시대 지성사에 끼친 큰 공로라 하겠지.


ps. 책의 폰트가 좀 커진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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