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다정함이 살린 지금 이 순간-자작시-

by 안세아

백일홍의 꽃말은
기억, 변치 않는 사랑, 그리고 꾸준함.
100일 동안 꽃이 피어 있다고 하여
백일홍이라 부른다.


붉은빛, 주황빛, 분홍빛이
한참이나 피어올랐다.

12년간 살고 있는 지금의 새로운 고향에는 이웃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이 계시다.


어느 날, 현관문 앞에 갖다 놓은 꽃모종이 나를 움직이게 했던 일.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누워있었던 그 어느 날이 귀한 시간이 되어 선물처럼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문두드림이 때때로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절로 그 어느 누가 없으면, 저절로 쳐지게 되는 현상이 찾아왔다.

상실감 뒤에 따르는 우울감이라고만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서 처음에는 괜찮았다.

당시 애쓰고 있었던 나를 인식하지 못했던 시기에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의 내가 안아주어야겠다.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이 바깥공기와의 기온 차에 빠져버린 채,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를 불안감에 떨고 있는 어린아이와 함께 타고 있었다.


밭에서 가져온 나물을 먹으라 전해주시는 어르신.

무심하게 씻어서 데치고, 계란프라이 하나 톡 얹어, 고소한 참기름과 고추장에 쓱 비벼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입맛은 왜 그리 좋든가?


그리고 다정하게 동네 사진과 시를 보내 주시던 이웃어르신도 계셨다.

동네에 흥미를 잃어가던 내게 동네에 살아보라고 이야기하듯 다정한 손길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힘을 만들게 했다.


한 번은 수업료가 들어온 날, 이웃집 어르신이 생각이 났다. 빵과 우유를 사들고 용기를 내서 방문을 했다.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을 보러 갈 때면 지하철 시를 찍어서 보내주시곤 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길거리에서 만나면 두 손에 있는 사탕도 나눠주셨다.

살아오며, 안 좋은 인연으로 괴로워하느라 좋은 인연을 너무 헛되이 보낸 시간들이 아깝다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그 이후, 끄적이던 글이 시일까 싶어 시를 배워본 적 없는 나는 시 공모전에 담담히 보냈다.

그런데 공모전에 당선됐었다.

당선됐지만, 전화를 받지 못하고 있는 내가 달라져야겠다고 다시 생각이 들었던 건, 좋은 이웃 어르신들을 만나면서였다.


2024.11.23.
늘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예쁘셨다.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낭랑하게, 별이 쏟아지듯 말하곤 하셨다.

공원 헬스장에서 다른 어르신들께 들으니, 어머님께서는 좋은 일도 많이 하셨다고 말씀하신다.
놀랍지 않았다.
집집마다 다니며, 어려운 이들도 보살펴 주었다고 한다.

가끔 어머니께서는
골목 어귀에 있는 벽화그림, 동네 풍경 사진을 보여주셨다.
꽤 오랫동안 나의 카톡 친구였다.
그렇게 소소함을 나누는 것이 알게 모르게 나의 따스한 마음 저장고가 되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으셨다.

공원헬스장에서 어르신이 태양이 되었다는 얘기를 뒤늦게 전해 들었다.

동네 이웃일 뿐이었던 나를 아무런 이유 없이 예뻐해 주셨던 안젤라 어머니께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나는 이후에도 어머니의 안부를 물으려 했지만, 아는 거라곤 세례명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문을 열면, 환한 미소로 두유를 들고 나오실 것만 같았다.
내가 집으로 찾아갈 적이면, 줄 것이 없다면서도 손사래를 치면서 두유를 주시던 그 생기 돋던 밝은 웃음.

2층 집이었는데, 밖에서 보면, 부엌 냉장고가 먼저 보였다. 밖으로 내어져 있는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1층에는 작은 연못 화단이 있었다.

눈이 오면, 늘 이곳 사진을 찍어 보내 주셨다.

당신은 그렇게 태양이 되어,
조용히 걸어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침햇살


-안세아-


누구라도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을 하든
찬란하다

사랑이란
태양처럼
조용히 걸어오는 것이
아닐까요.




시간이 흘러 그다음 해 봄,

동네 텃밭에 꽃을 가꾸시던 어르신이 보이셨다.
허리를 굽힌 채 땀이 흐르는 여름날이었다.


말없이 꽃밭을 손질하시던 그 모습 앞에서
나는 차마 인사를 건넬 수 없었다.
꽃밭 근처에 세워진 차 시동을 조심스레 걸고
그 자리를 떠나는 자신이 못나 보였다.
그때, 백미러에는 이웃 아버지의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날 이웃 아버지댁 자두나무에 자두가 익던 날이었다.

그날 오후, 자두 한 양푼이가 우리 집 앞에 와 있었다.



2024년 7월 1일


이웃 아버지네 자두나무의 줄기 기둥은 지나온 긴 세월을 말한다.

지나가던 새가 자꾸 자두나무를 쪼아대자,

자두를 먹다가 씨앗을 뱉는 일처럼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씀하신다.

사랑을 나눠주시는 할아버지의 아낌없는 마음이 자두에 녹아 금세 익는다.

할아버지의 미소가 될 수 있는 씨앗을 심어 본다.


2025년 6월 24일


“어느새 이렇게 예쁘게 피었니?”​
한 송이, 한 송이
몸살을 앓고 난 듯
다르게 올라와 있다

허리 굽혀
흙을 고르고
심으시던 손길 아래,
다르게 피어난 것들

선물 받은 꽃모종

감사히 받아 들고서
화단에 피어날

하나의 사랑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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