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세월이 흐른다는 것-자작시-

by 안세아

"내 지금 나이보다도 더 어렸을 적에,
먹고 살젠 허난 어머니께서 유채 털멍 고생헌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려줘부난...이 얘기를 안할 수가 없는거라이."


“어머니, 지금 유채꽃 보민 예쁘지예?”

“지금 보민 잘도 예쁘지게.”
“근디 그때만 생각허민 무사 그리 힘들게
유채 털멍 살아수광?”
어머니가 웃으멍 말했다.

“세월이 흘렀주게. 유채 털고 이시민
너는 꼭 그 깨밭에서 버러지 먹고이신 거라.”


*버러지;벌레



한때 유채꽃밭은 거들떠도 보지 않던 꽃이라고 들었다.

그런 꽃에 속하는 꽃일리가 없다 생각하며 놀라워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예전에는 먹고살기 위해서 유채를 털고 말리던 유채들이 지금은 여기저기에서 유채밭들이 제주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아직도 유채를 털고 말리는 골목길의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한때는 유채만 봐도 고개를 절로 흔들었다고 했다.


남의 유채밭에 가서 하루 종일 유채를 베고, 터노라면 허리가 꺾어질 것 같았다고 했다.


간식으로 빵하나를 주면, 삼 남매에게 주려고 아껴뒀다고 한다.

그리고 나를 봐줄 이가 없을 때는 혼자서도 잘 노는 나를 데리고 갔다고 했다.


아마 그때부터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나 보다.


언제부턴가 유채꽃이 예쁘다면서 봄이 되면 정석비행장의 유채꽃 사진을 보내오셨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로 유채꽃을 볼 때면, 어머니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유채꽃 당신


-안세아-


노란색 별천지로

수놓은 보릿고개


탈탈 넘었지요

허리 골병이 났지요


반짝이던 그 젊은 시절

어디로 갔으리


동네 골목길 곳곳마다

탈탈 털린 유채

아직 그대로인걸


세월이 흘러도

노란색 별천지 밭도

아직 그대로인걸


당신품은 향기로

다시 반짝이는 아침을

맞이 하던 순간에.


제주 하도 별방진 202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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