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가파도의 청보리

by 안세아

25년 9월 15일


가파도의 3시간 여정 끝, 마지막으로 들른 카페는 가파도마을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모님은 무척 다정한 분이셨다.
한가한 틈마다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미숫가루가 맛있어요.”
잠시 한가해진 틈을 타 용기를 내어 친절한 이모님께 마음을 전해 보았다.
이모님은 내 옆자리에 다가와 환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여긴 비가 잘 안 와서 청보리가 잘 자라요.”
잠시였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
그래서였구나 싶었다.
청보리 미숫가루의 목 넘김이 유난히 부드러웠던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가파도는 해풍이 강하고, 땅이 과습 하지 않아
청보리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지녔다고 한다.

4월과 5월은 청보리 축제 기간이고, 우리가 찾았던 9월, 마을에서는 코스모스도 심어 두었다고 했다.


가파도의 돌담은 유난히 인상 깊었다.

나는 제주의 돌담길을 좋아한다. 어릴 적 곁에 익숙하게 있던 돌담길.
그리고, 어멍돌, 아방돌도 마음에 정겹게 남았다. 그 전설에는 사람이 올라가면 파도가 높아진다는 말도 들었다.


파스텔빛 수채화처럼,
물의 농도를 은은하게 풀어놓은 듯한 풍경이
마음에 편안히 스며들었다.
사람도 어쩌면 그런 농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흘려보내듯이.

투명하고 부드러웠다.

가파도에 다시 오겠노라 생각했던 글과 사진을 다시 읽으며 새로이 써본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사람의 인생이란

해풍을 맞고

단비가 오지 않는 일이

값진 일이었겠지.

기적이라 불리는 이 삶

청보리 미숫가루 부드럽게

넘기며 미소 짓는다.


-가파도 청보리 미숫가루 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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