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너-자작시-
25년 10월 18일
오라동 메밀꽃 밭은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만 개방된다.
가기엔 이미 늦은 줄 알면서도,
눈꽃 같은 메밀밭이 보고 싶었다.
오늘은 꼭 봐야 했다.
뒤늦게 지는 메밀꽃 밭을 보기 위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집을 나섰다.
가는 길 내내 안개가 자욱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말.
돌아갈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도착해 보니, 꽃은 예상보다 많이 져있었다.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안개와 메밀꽃밭.
너, 나, 그리고 당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메밀꽃보다 눈에 먼저 들어왔던 건 뜻밖의 바로 앞에 보이던 들꽃이었다.
그리고 아들.
안개 속에서 너, 나, 그리고 당신이면 충분했다.
꽃이 피고, 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속에 자욱한 안개 앞에서 지금, 여기를 충분히 잘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일테니까.
메밀꽃 지던 순간
- 안세아-
네가 눈꽃이니?
간 밤에
하얗게 지새웠구나.
저기 보이니?
분홍 꽃잎 흩날리며
걸어가는
당신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