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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Jan 31. 2023

나의 심리적 레벨이 배우자의 심리적 레벨을 결정한다.


예전 내가 상담공부를 하기 이전,
심리학을 전공하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나도 20대 초반의 아가씨였기에
그땐 크게 와닿지 않는 얘기였다.

친구의 말로는 내가 가진 심리적 레벨과 비슷한 수준의 배우자를 가지게 된다는 거였다.
만약 내 심리적 레벨이 5라면 배우자는 4~6사이에서 만나게 되고, 더 높은 레벨의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나의 심리적 레벨을 끌어 올려야 하지만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당시엔 결혼전이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이야기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상담공부를 하다보니 이제야 끄덕이게 된다.

나와 남편은 합이 맞다.
그 합이 죽고 못사는 서로 좋아 죽겠다는 그러한 합이 아니라 원가족 내에서의 나의 성격 패턴을 유지하게 만드는 서로의 역동이 있다.

남편은 원가족 내에서 드러내는 모습인 정서적 고립, (집안일에 대한) 의존성, 침묵, 수동공격적 짜증으로 상대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점 등이 있고,

나는 원가족 내에서의 과도한 책임감, 죄책감, 눈치, 직접적 공격, 분노표출, 비난 등의 모습이 있다.

이러한 우리는 서로가 원가족 내에서 나타내는 자신의 성격 패턴을 드러내게 하는 에너지를 각자 가지고 있다. 나의 집안일에 대한 책임감은 남편의 의존을 이끌어내고, 나의 비난과 공격은 남편의 정서적 고립을 끌어내며 남편의 수동공격은 나의 눈치와 죄책감을 이끌어 낸다.

우리 각자의 성격패턴은 서로의 원가족 내에서의 찐모습을 이끌어내는 에너지를 각자가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것이 부정적인 패턴이든 긍정적 패턴이든 관계없이 내가 평생을 경험해온 원가족 내에서의 성격 패턴을 이끌어내는 상대에게 각자에게 끌린 것 같다.

아마도 그때 그 친구가 했던 나의 심리적 레벨이 배우자의 심리적 레벨이다 라고 했던 말이 이러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나라는 퍼즐에 딱 맞는 배우자를 나는 골랐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상하기도 하지만
나의 원가족 내에서 성격 패턴을 끌어내는 꼭 맞는 퍼즐이었다.

남편은 바깥에서 절대 이러한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다.
밖에서는 점잖고 매너있고 누구에게든 잘 맞춰주는 소위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한 사람이라 주변 사람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자기 의견이 매우 분명하게 강하고 고집이 세고, 자신의 영역에 침범(아플때 약을 먹으라 한다던가 사소한 지시에도)할 경우 과도한 저항을 보인다.
가정 내에서의 모습은 바깥에서 타인이 느끼는 모습과 매우 다르다.

그리고 남편은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이끌어 내는 에너지를 가진, 자신의 원가족 내에서의 성격 패턴을 드러낼 수 있을 법한 내게 매력을 느꼈다. 반대로 나 역시도 그러한 남편에게 매력을 느꼈지 싶다.

내가 불편해하는 나의 원가족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 나갈 법한 남편을 골랐다.
남편 역시 그러할 것이고.

물론 가족 탓을 하거나 남편 탓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성격이 문제라고 자기비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 어느 누가 완벽한 성격을 가지고 있겠는가.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완벽한, 닮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 부분이 괜찮으면 저 부분이 별로고, 저 부분이 괜찮으면 또 반대의 부분이 취약하다.

그렇기에 모든 이가 그러하듯 나 역시, 남편 역시, 내 가족 역시 모두가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고 완벽해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우리의 심리적 역동을 제대로 알고 서로를 잘 이해하며 각자를 존중하며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속해서 나와 주변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남편과 나는 천생연분인가보다.
사람은 보통 첫인상에서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에게 끌리고, 자신의 심리적 레벨이 비슷한 이와 인연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우리는 첫인상부터 성격 패턴까지 서로가 이끌어내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확률적으로 첫인상부터 성격패턴까지 맞을 법한(좋은 관계가 아닌, 서로의 패턴을 이끌어내는 에너지를 지닌) 관계가 얼마나 되겠는가.

늘 농담삼아 남편에게 어디서 나같은 놈 데리고 와 결혼했다 말했는데, 정말 찰떡같은 표현이다.

암튼 결론은 각자가 서로 성격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잘 살아보자는.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보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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